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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구조조정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라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2 17:07

수정 2015.10.12 21:12

[차장칼럼] 구조조정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라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도 기업 구조조정이 절박한 시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빚은 무려 2347조원으로 가계부채보다 심각하다. 여기에 지난 2·4분기 중 이미 113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까지 감안하면 가계는 물론 기업도 온통 빚으로 꾸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정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정, 민간 주도 기업 구조조정 등 하나같이 시급을 다투는 것인데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 그런 탓에 KDB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은 생존이 의심스러운 한계기업들에 돈을 쏟아부어 130개 자회사를 보유, '부실공룡'으로 변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2010년 24.7%에서 올해 1.4분기 34.9%로 크게 늘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부실기업들의 연쇄도산이 금융권 부실로 확대돼 나아가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기업부채발(發)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페루 리마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계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구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 중재자로 나서겠다"고 밝혀,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한계기업'에 손을 대는 순간 경제가 흔들리고 상당 기간 실업률 증대 등 사회적 고통이 밀어닥칠 것인 만큼 차라리 판도라의 상자를 덮어두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제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무게중심 축이 옮겨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을 갖고 작심한 듯 얘기를 풀어놨다. 골자는 "성동조선을 필두로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석유화학업종도 스스로 구조조정 필요성을 느끼고, 철강 등 다른 업종도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그냥 있으면 공멸하게 된다"며 "대형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기업 부실이 우량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미국이 올해부터 2017년 사이 금리를 2~3% 이상 올리면 신흥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요동 칠 것이고, 여기에 중국마저 부동산 거품 등 자산가치가 꺼지면서 금융위기를 맞게 되면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금융위기를 넘어 외환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미루다간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는 것이 시간문제다.


이쯤 되면 한국경제가 '한계기업발(發) 위기'를 비켜가기 위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지금이다.

yoon@fnnews.com 윤정남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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