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계기업 정리, 채권기관은 개별기업-정부는 산업 '투트랙' 나선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3 16:37

수정 2015.10.13 18:04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소위 '한계기업'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개별기업 구조조정과 정부 중심의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투트랙'이 본격 가동된다. 건설, 철강, 조선, 해운, 석유화학 등 한계기업이 몰려있고 과잉투자가 집중된 산업이 우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정부 내 협의체가 꾸려진다.

이와 별도로 기업 여신심사 선진화 태스크포스(TF)도 이달 중 발족한다. 여기엔 산업은행, IBK기업은행도 참여한다. 또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잉여인력을 의료·관광 등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 예산은 한계산업에서 서비스 등 신성장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바뀐다.


한계기업 정리 과정에서 매도자, 매수자에게 양도소득세,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인센티브 방안도 모색된다. 인수·합병(M&A) 세제 특례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을 전문으로하는 회사도 10월 중 처음 선보인다.

[관련기사] [구조조정 더이상 늦춰선 안된다] (1) 한계기업의 심각성과 폐해

13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 노동, 금융, 교육을 중심으로 한 '4대 부문 구조개혁'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좀비기업'으로도 불리는 한계기업 정리가 하반기 경제팀의 또다른 중요 미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내에선 금융위가 기존대로 한계기업 정리를 위한 콘트롤타워를 맡으면서 필요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 안건으로 상정, 부처별 역할 분담과 추진력을 배가키로 했다.

정책과 예산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산업이 경쟁력 격화, 시장 침체 등으로 결국은 사양산업화하고 자생력이 부족해지면서 정부와 채권단이 양방향에서 '외부충격'을 가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은 3295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2698개보다 597개(22.1%) 증가했다. 목숨만 붙어있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며 산업 재편이 지지부진해지고 결국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현 시점에서 개별기업·산업 구조조정이 최대 숙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지난해 7월부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마지막 임무'로 한계기업 정리를 꼽고 있다.

최 부총리도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계기업 정리에 대해)필요성은 강조됐지만 성과가 미흡한 게 사실"이라면서 "신속하게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조용하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한계기업 정리를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건설(부실업체 조기경보시스템 강화 등), 해운(해운보증기구 본격 운용 등), 조선(채권단 관리 조선사 조기정상화 등)의 분야가 거론됐다.

한계기업 등의 정리를 촉진하기 위해 보완 또는 새로 발의됐다가 국회에서 낮잠자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일명 원샷법)도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기로 했다.


복수의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개별(한계)기업에 대해선 금융기관이 잘 알기 때문에 채권단이 알아서 (구조조정을)할 것이고, 정부는 과잉여부, 시장구조, 업황 등 전체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판단해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예전과 같은 '살생부'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론된 주력 업종 외에도 과거 정부 지원이 집중됐던 해외 플랜트, 자원개발 등도 지원을 축소해 자연도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제시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 14.8%까지 이르는 등 급증해 중소기업내 한계기업 비중(2014년 15.3%)을 육박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계기업 정리는)고용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결국 더 좋은 일자리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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