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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품격이 있는 안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3 17:06

수정 2015.10.13 17:06

[여의나루] 품격이 있는 안전

지난 8월 중국 톈진항 국제물류터미널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폭발 충격이 수㎞까지 퍼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물류창고에 보관돼 있던 시안화나트륨(청산소다)이 누출된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국내의 경우 2014년 염산을 운반하던 탱크로리가 빗길에 미끄러져 염산이 누출되고 물과 반응해 독가스인 염화수소가스가 확산돼 인근 주민 여러 명이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와 같이 위험물 사고는 사고 자체의 피해도 크지만 유독물, 방사성 물질 등과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위험물 확산에 따른 환경피해와 인명피해가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위험물은 생산, 저장, 운반 및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안전장치를 강구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통상 위험물의 생산 및 저장소는 대량의 위험물을 취급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위험물질별 관리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폐쇄회로TV(CCTV), 각종 센서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안전장치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위험물 운송과정의 안전은 차량 운전자의 안전의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사망사고 원인을 보면 전체 1500여건 중 약 90%가 졸음, 주시태만, 과속 등 운전자 과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운전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과 납기시간을 맞추기 위해 졸음을 참아가며 운전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운전자에게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첨단 과학기술의 도움이 꼭 필요할 것이다. 경제규모 확대와 물동량의 이동이 빈번해지고 위험물 수송량도 늘어나면서 수송여건 개선 및 안전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위험물 운송 관리에 특화된 안전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 위험물 관리 선진국에서는 운송 과정에 대한 관리체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싱가포르에서는 위험물운송 통합관리시스템(HTVTS)을 갖추고 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전국 어디에서도 대용량 고속 롱텀에볼루션(LTE) 이동통신이 가능하며, 최근에는 사물에 인터넷 환경을 제공해 원격검침, 교량상태 모니터링 등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첨단 정보기술을 위험물 운송차량에 응용한다면 차량의 과속 및 장시간 운전 여부, 화물의 온도, 압력 변화와 같은 상태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운송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자동으로 인지하고 사고상황 정보를 신속하게 관계기관에 전달한다면 골든타임 안에 정확한 사고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다행히, IT를 기반으로 경로, 차량 및 여정관리 기능을 통한 안전운행 지원과 더불어 사고 발생 시 사고 자동인식, 사고상황 전파 및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사고관리기능을 통합한 '위험물질안전운송 통합관리시스템'이 오랜 연구와 모의실험을 통해 우리나라도 실용화 단계에 왔다고 한다.

위험물 운송의 전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일관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위험물 운송 종사자들의 안전은 물론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운전자 의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고예방 및 대응을 통해 위험물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품격과 당당함을 중요시했다.
겉치레 품격의 높고 낮음보다 국민 안전에 대한 격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국격인 시대가 왔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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