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우간다를 이기려면 조급증부터 없애라

금융권이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후 차분함을 유지하던 금융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세계경제포럼(WEF)이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87위로 평가·발표한 후 감지된 이상기류다. WEF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 87위는 우간다(81위)보다 뒤처진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는 우간다(80위)보다 뒤진 81위로 평가됐다. 일순간 국가경제의 '혈맥'인 금융권은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혈전'으로 전락했다. 사방에서 금융권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신호탄은 국회가 쐈다. 국정감사 일정과 맞물려 국회 정무위 위원들은 WEF의 금융경쟁력 평가를 도마에 올려 질타했다. 임 금융위원장은 "WEF 평가는 객관적 지표보다 자국 기업인을 상대로 이뤄진 설문조사라는 성격이 높아 국가 간 객관적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항변을 했다. 그러나 사태는 갈수록 진정되기는커녕 확산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총 140개국 중에서 26위로 전년도와 같았지만, 금융부문은 여전히 낮은 순위를 기록하며 종합순위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금융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후 청와대는 금융위에 일주일마다 금융개혁 진행상황을 보고토록 압박했다.

불섶에 기름을 부은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전 세계적으로 오후 4시면 모든 은행들이 일제히 문을 닫는 나라가 있느냐"라면서 금융권을 질타한 후 "우간다를 이기자"라는 건배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놨다. 그간 금융개혁에 밤낮없이 혼신을 쏟아온 금융위로선 힘이 빠지고, 금융권은 기분이 상할 일이다. 금융위 과장급 직원은 "우간다에 직접 출장을 가야겠다. 얼마나 금융이 선진적인지 확인해봐야겠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정말 우리나라가 우간다보다 못할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성인 10만명당 현금인출기 개수는 290개다. 이는 WEF 금융부문 성적이 우리보다 높은 '금융 선진국'인 르완다(28위·5개), 자메이카(32위·29개), 케냐(42위·10개)보다 월등히 많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시가총액도 1조1498억달러로 WEF 평가 기준 49위인 인도네시아(2931억달러)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우리나라의 인터넷뱅킹 시스템과 텔레뱅킹 시스템은 세계 최고다.

그렇다면 최 부총리 말대로 오후 4시까지만 일하는 나라는 해외에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탈리아의 경우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한다. 독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한다. 일본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에 종료한다. 미국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일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 또는 오후 5시다.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의 발언은 모두 금융위와 금융권을 향해 '금융개혁을 서두르라'는 채찍성 메시지로 보여진다. 그러나 금융개혁의 미션을 맡은 임 위원장이 취임한 지 불과 7개월여다.
임 위원장 취임 후 금융위는 197개 금융사를 방문해 2402건의 현장 건의를 받아 처리했다. 이제 겨우 솥에 쌀을 넣어 불을 때기 시작한 셈이다. 조급증은 밥을 설게 한다. 진정한 금융개혁을 원한다면 조급증부터 개혁하라.

양형욱 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