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역사교과서 이념대결로 국회 민생 실종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3 17:40

수정 2015.10.13 22:14

국감·대정부질문서 충돌 총선룰 놓고 당내 분열 등 민생관련 법안은 또 뒷전
정치권이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문제로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여야가 국정 역사교과서 지원과 저지에 당력을 집중, '역사교과서 전쟁'을 시작하면서 내년 총선 공천룰을 둘러싼 '밥그릇 전쟁'에 이어 민생 문제는 또 다시 뒷전이 된 형국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국회에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며 파상공세를 펼쳤고, 당 지도부가 장외로 나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서명운동, 1인시위 등을 벌이며 반대 여론 결집에 나섰다.

'올바른 역사교과서' 여론몰이 선봉에 선 새누리당은 현재 역사교과서의 집필진 성향이 '좌편향'됐다고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으면서 국정 역사교과서로의 전환 논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최근 공천룰 문제로 당 내홍을 겪은 양당 대표가 리더십 회복을 위해 역사교과서 전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총선을 6개월 앞둔 정치권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간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2016년 예산안 심사와 민생 법안 심사에 차질을 빚으면서 정기국회가 파행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정부질문도 역사교과서 전쟁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 내 공개회의, 대정부질문을 역사교과서 프레임 전쟁에 할애했다. 20일 간의 고시기간 동안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거리로 나가 부분 장외투쟁을 병행했고, 새누리당은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이버 홍보전 대비까지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정' 역사교과서 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돌입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이날부터 열린 대정부질문에 나선 의원들도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국정교과서의 목표가 식민지 사관 합리화, 유신 독재를 민주화로 미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무리수를 두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면서 "총선에서 친일·보수세력의 결집을 염두한 것 아닌가. 솔직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찬열 의원도 "많은 국민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데도 정부는 친일과 독재의 기록을 삭제하고 미화시키기 위한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일본 아베 정권의 못된 우경화 정책에 따른 역사 왜곡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본인의 보수적 생각을 국민의 생각으로 만들려는 의도는 반(反)민주주의적 발상으로 아주 위험하다"고 박 대통령까지 겨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의 강경파 초선의원들이 '올바른 역사교과서' 엄호에 나섰다.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장우 의원은 야당을 향해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격하하는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라는 것인가"라고 소리쳤고, 원내대변인 출신인 김태흠 의원은 "300여개 대안학교 중 50여개만 교육부 인가를 받았는데 이들 중 40여개가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며 학생들을 광우병 촛불집회, 정치성 집회에 참여시켜 물의를 빚었다"면서 "친북좌파 사관학교라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金-文, 정쟁 속 리더십 회복?

특히 이번 여야의 역사교과서 전쟁은 내년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어 여야의 총선 전초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당 대표이자 차기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보수·진보진영이 각각 결집하는 등 진영 간 대결구도까지 형성되고 있다. 역사교과서 전쟁이 정국 전체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예산안, 법안 심사 모두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김 대표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선제적·주도적으로 제기하면서 최근 공천룰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으로 코너에 몰린 정치적 상황을 일정부분 반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에게 집중된 '총구'를 외부로 돌리는 동시에 청와대와 모처럼 공조하는 모습을 지지층에게 보이는 동시에 보수진영을 결집해 지지율을 높이는 1석 3조의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 역시 당 내 계파 간 갈등과 신당창당 움직임까지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청와대와 여당과의 전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당 대표로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진보진영 결집효과까지 내는 것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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