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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착오송금의 법률관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4 17:07

수정 2015.10.14 17:07

[fn논단] 착오송금의 법률관계

착오송금은 송금인의 착오로 송금금액, 수취은행,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로서 특히 모바일뱅킹 사용 증가, 송금절차 간소화 등으로 비대면 송금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착오송금 예방을 위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반환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계좌이체 시 은행은 자금이동의 원인에 관여함이 없이 중개기능을 수행할 뿐이므로 잘못 입금된 돈이라도 수취인은 계좌에 들어온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송금인은 수취인의 동의 없이는 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다만 수취인이 예금채권을 취득했더라도 법적으로는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송금인은 수취인에 대해 착오이체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만약 수취인의 동의가 없거나 묵묵부답일 경우 불가피하게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동시에 수취인 계좌에 대한 가압류 조치를 취해야 돈이 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가압류의 경우에는 수취인의 주소가 불필요하나 소송이 진행되려면 수취인(피고)의 주소를 알아야 하는데 수취은행은 법상 수취인의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송금인(원고)은 소송이 계속 중인 법원에 수취은행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신청을 하면 수취인의 주소를 알 수 있으며 주소지가 분명하지 않거나 해당 주소지에 소장이 송달이 되지 않으면 공시송달을 통해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수취인이 대출연체자이거나 계좌가 압류된 경우라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가령 수취인(을)이 수취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었고 수취은행 계좌에 입금된 자금은 자동적으로 대출금 변제에 충당된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고 있었는데 수취인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갑)이 해당 계좌에 착오송금을 했다. 그러자 수취은행이 위 변제충당약정을 기초해 을에 대한 대출채권을 '받을 채권'으로 착오송금된 금원 상당의 을의 예금채권('줄 채권')과 상계했다는 이유로 갑에게 위 금원의 반환을 거절했다.
이런 사안에서 법원은 위 상계조치가 은행 이용자인 송금인 갑의 실수를 기화로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수취은행은 해당 금원을 갑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수취인의 채권자인 제3자가 수취인의 예금채권에 대해 채권압류.추심명령을 받은 후 착오송금됐고, 위 제3자가 그 송금액을 압류하려 하자 착오송금한 송금인이 제3자의 위 송금액에 대한 추심 집행을 불허해달라는 내용의 청구를 한 사례에서 법원은 수취인의 채권자가 행한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착오송금된 돈은 되돌려받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거나 아예 돌려받지 못할 경우가 생기므로 이체 시에는 이체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후 실행 버튼을 누르는 것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막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이성우 법무법인 중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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