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괜한 걱정

#. 기자 초년병 시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막 퍼지기 시작했다. 언론사마다 보도자료와 사진을 배달해주는 봉고차를 기다리며 마감시간에 발을 구르던 시절이었는데, 인터넷이라는 것을 통해 사진이 뚝딱 내 컴퓨터로 들어왔다.

신기하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도 알 길이 없어 인터넷 고수라는 분을 찾아 가르침을 청했다.

"도대체 인터넷이 뭐예요?"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인터넷 고수 선생님은 반나절을 열심히도 설명해 줬다.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 미련한 기자학생에게 고수가 체념한 듯 던진 마지막 말.

"컴퓨터 안에 있는 공원이나 광장 같은 거야. 사람들이 모이는 곳. 수다 떨고 놀고, 가끔은 일도 하고…."

반나절 설명은 통 기억 못하지만 마지막 한마디는 17년이나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말에 기반해서 인터넷은 사람들이 모이는 마당이라고 이해한다. 컴퓨터 안에 공원을 만든 기업들은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야깃거리로 신문사의 기사며 게임이며 여러 가지 놀거리를 만들어준다.

그런데 사달이 생겼다. 이야깃거리로 풀어놓은 기사들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예사 사람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높은 분들이다. 결국 컴퓨터 공원 운영회사들이 풀어놓는 기사가 정부와 여당에 불리하다는 보고서까지 내놨다.

#.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인터넷·모바일 산업에 혁신적 발전을 가져올 것처럼 주목받던 카카오라는 회사의 오너인 김범수라는 사람이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컴퓨터에 있던 공원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옮겨진 시대에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금융, 택시 같은 산업을 만들어낼 사람이라고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김 의장은 도박 범죄인처럼 몰리고 있다. 한국에서 컴퓨터 공원을 운영해 번 돈으로 미국 가서 노름을 했다는 소문이 자꾸 커진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하려는 여러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컴퓨터 공원에 풀리는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높은 분들의 보고서와 김 의장의 도박설이 자꾸 머릿속에서 연결된다.

참 걱정도 팔자다. 그럴 리 없을 텐데도 별걸 다 연결해서 괜한 걱정을 한다.

그래도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겠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벌을 주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법을 들이대고 재판을 해서 벌을 정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오너의 도덕성과 범죄 사실에 대한 소문만 키워 카카오의 사업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해다. 그러잖아도 핀테크,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같은 모바일산업이 중국에 뒤져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말이 자화자찬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선 수사기관은 앞에 말한 두 사안이 연결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투명하게 수사하는 게 맞다.
정부는 사업하려는 기업과 오너를 하나로 연결해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 가지 더. 컴퓨터 공원은 이미 세상에 수백개나 된다. 공원 하나가 문 닫으면 사람들은 옆 공원으로 옮겨가서 더 격한 수다를 떨게 될 것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