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같은 역사.. 다른 기억의 불행

"역사는 미래다. 국민이 역사를 다르게 기억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분열 뿐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하며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관인 야드바�의 로버트 로제트 사료관장이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는 당정뿐만 아니라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이기도 하다.

황 부총리가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해 분열과 다툼을 멈추고 통일시대를 준비해 나갈 때"라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국정 역사교과서의 명칭도 '올바른 교과서'로 정했음에도 말이다.

현재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상황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학계 집필 거부 등 대학가 집단행동 조짐에, 시도교육감 등 일선 교육 현장의 '불복종 운동' 헌법소원을 비롯한 각종 송사까지 예고된다.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국정교과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 전반적인 반발은 '무엇이 올바른가'에 대한 인식차에서 출발한다. '올바른 교과서'가 올바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도 여기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한 진보와 보수 간 시각차는 너무나 극명하다. 국정화가 '친일.독재의 미화를 노린 것'이라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나서 "그런 (친일.독재 미화) 시도가 있다면 제가 막겠다. 역사적 사실의 왜곡, 정국의 미화, 이런 건 불가능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반박·부인했지만 의심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사실 교과서 집필과 발행 주체가 국가인가 아닌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우리 사회에 이념과 당파, 사적 이익을 벗어나 '공정한' 역사 기술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역사를 증명 가능한 객관적 사료의 기술이 아닌 특정 이념을 위한 교화 수단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로제트 관장도 같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그는 "역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일부 국가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이들은 자극적인 내용을 꺼내놓으며 대중을 선동해 인기를 얻으려고 한다. 대표적 방법이 역사를 자기 구미에 맞게 교묘히 뒤틀고 바꿔치기하는 행동"이라고 우려했다.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가 '국정화 카드'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말처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국정 교과서가 이름답게 '올바른 교과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