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TE급 월세 전환.. 손놓은 정부

"내년 여름이면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데 반전세로 살던 집 주인이 월세를 6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배 넘게 올려달라고 합니다. 보증금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월세만 올리는데, 계약기간이 8개월이라 딱히 다른 집을 알아보기도 힘듭니다. 대출이자에 월세 부담까지 허리가 휘는 느낌입니다." 서울에서 반전세를 살고 있는 어느 50대 가장의 푸념이다.

전세난의 신음소리를 뚫고 성큼 다가온 월세 시대를 먼저 경험하는 세입자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일부 단지에서는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어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며 세입자의 위치는 좁아만 간다. 저금리가 빚어낸 부동산 신풍속도다.

전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변한 게 있다면 이에 더해 월세 시대로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개월째 상승세다. 지난달 월세 거래는 4만8098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 10만5038건의 45.8%를 차지했다. 세입자 두 명 중 한 명은 월세로 집을 구한 셈. 게다가 월세 거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3.2% 늘었다.

특히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덜한 단독.다세대 주택의 월세전환 속도는 더 빠르다. 올해 9월까지 아파트 월세 비중은 38.1%지만 아파트 외 주택은 48.9%에 이른다. 없는 사람이 월세로 더 빨리 내몰리고 있다고 본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최근 분양시장 호황 뒤편에는 바로 이들이 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주인이 신경 안 써도 집이 알아서 돈을 벌어주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투자 기대감으로 집을 사는 시대는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정책이 장기간 침체된 시장을 살렸다는 만족감에 취해 있기보다 새 아파트를 사도록 내몰리는 구조를 직시해야 할 때다.

주택담보대출 잔액(458조원)은 계속 늘어나고, 강남에서까지 전셋값이 매매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월세전환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가구는 당장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전·월세 전환율이 대출이자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도 문제다. 대출이자 부담액수의 곱절만큼을 월세로 부담하는 가구가 많아질수록 삶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소비위축을 불러올 것은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적극적으로 늘려 서민의 주거안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부동산정책은 시장 활성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LTE급 월세 시대'에 맞는 당장의 선제대응이 힘들다면 충격을 최소화하고 시간을 벌 수 있는 대응책이 절실하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