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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역사학자의 공통분모


손목에 찬 시계와 북측 세관 밖에 걸려 있는 시계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고 기자가 새삼 북한 땅에 들어섰음을 실감했다. 몇 걸음 걷는 사이 30분을 번 셈이다. '15일 오전 9시30분 출경'이라고 안내받은 기자는 그것이 북한시간으로 오전 9시를 말하는 것이었음을 알고 속으로 '아차' 했다. 손목시계를 평양시에 맞춰 부랴부랴 되감았다.

개성 시내가 남측 기자들에게 공개된 것은 근 10년 만의 일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취재는 종종 해왔지만 공단을 지나 시내로 진입하는 것은 꽤 오랜만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세관을 통과하니 말끔하게 차려입은 북측 관계자가 기자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여러분 편의를 위해 제가 하루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딱 한 가지만 지켜주면 됩니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바깥 사진을 찍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분 스스로 책임지기로 하는 겁니다."

남측 방문단을 태운 버스 네 대가 개성 시내를 관통해 달리는 동안 거리에 나온 개성 시민들은 일제히 우리를 주목했다. 자동차 여러 대가 줄지어 지나가는 것을 오랜만에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고된 표정의 사람들은 주로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했다. 도로 양 옆으로 과일·남새(채소)상점, 전자기기 수리상점, 식당, 체신소(우체국) 등이 문을 열었다.

이번 개성 방문의 목적이었던 만월대 유적 공동발굴사업은 2007년부터 남북 역사학자, 고고학자들이 함께 모여 7차례에 걸쳐 지속해온 일이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중앙위원인 리진우 선생은 이번 사업을 "북남 학자 열정의 결실"이라고 칭하면서 "비록 복잡다단한 정세 속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 민족의 첫 통일국가인 고려의 역사가 뚜렷해졌다"고 치켜세웠다.

여기엔 '어떤 정치적 상황 속에도 이 공동사업만은 멈춰선 안된다'는 남북 학자들의 공통적인 인식이 깔려 있었다. 덕분에 9년이 지난 지금 개성과 서울에서 각각 기념전시회를 열게 됐다.


남북 민간교류가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시작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란다. 기자라고 소개하니 한 북측 인사는 "북남 관계 발전을 위해 좋은 기사 많이 쓰시라"면서 "이렇게 일대일로 만나면 참 좋은데 국가를 생각하면 우리 마음도 참 답답하다"고 털어 놓았다. 그의 왼쪽 가슴 위로 김일성·김정일의 사진이 붙은 붉은 배지가 번쩍거렸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