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누가 검찰총장이 되든..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8 17:17

수정 2015.10.18 19:06

[데스크 칼럼] 누가 검찰총장이 되든..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 치밀하고 정제된 수사로 실체적 진실 규명."-2013년 12월 김진태 검찰총장

"믿음직한 법질서의 수호자, 추상 같은 사정의 중추, 든든한 인권의 보루."-2013년 4월 채동욱 검찰총장

"검찰의 무오류성에 집착해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우기거나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오만."-2011년 8월 한상대 검찰총장

"범죄 앞에 엄격하고 당당하지만, 국민 앞에서는 겸허."-2009년 8월 김준규 검찰총장

요즘 검찰청사에 쏠리는 관심이 크다. 12월 1일 임기가 끝나는 김진태 총장의 후임으로 누가 임명되느냐여서다. 박근혜정부 남은 임기에 '사정(司正)' 작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인 데다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 때문에 사정의 중추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

대한민국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치고 검찰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도 없다. 관련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연 검찰이 신임검사 임관식 때 행한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라는 선서를 온전히 이행하고 있느냐에 선뜻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역대 검찰총장 역시 정의롭고 믿음을 주는 검찰을 강조하고 불의를 단죄하는 추상 같은 검찰상 정립을 약속했다.
때로는 실추된 검찰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스스로를 채근하면서 신뢰 회복에 나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총장이 지휘한 검찰조직이 취임 초기 각오와 다짐처럼 오로지 법률적 절차와 증거, 치열한 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국민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18명이 임명됐지만 2년 임기를 채운 총장은 6명, 김진태 총장을 포함하면 7명에 불과한 점이 그간 검찰 조직의 풍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검찰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및 참고인 등이 독직폭행이나 가혹행위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이 2011년 792건에서 지난해 1204건, 올 6월까지 554건(국회 국정감사 자료)으로 증가 추세이고 수사과정에서 자살한 피의자 및 참고인은 2010년부터 올 6월까지 79명에 달했다. 또 구금이나 형집행이 됐다가 무죄판결로 지급된 형사보상금이 2011년 226억원에서 지난해 88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절차적으로 시빗거리를 안고 결과적으로는 미진한 수사 및 무리한 기소로 법집행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현상들이다.

비단 이뿐일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치열한 수사 열정을 보여주기는커녕 형식논리에 치우쳐 손쉽게 처분하거나 사건 외의 요인에 휘둘려 결정하는 일은 없는 것일까.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검찰 불기소처분 등에 불복, 제기한 항고율 13.97%는 검찰 불신의 또 다른 단면이다.
적어도 검찰은 눈에 보이는 현상 뒤에 똬리를 틀고 있는 범죄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함으로써 범죄인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줄 것이라고 믿는 게 상식이다.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인은 웃고, 억울한 피해자는 눈물 흘리는 일이 반복돼서야 누가 검찰총장이 되든 어떤 미사여구로 취임사를 채우든 국민들에게는 남의 세상 일일 뿐이다.
정치적 중립 운운하는 거대 담론에 앞서 상식을 실현하는 검찰조직, 총장을 기대한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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