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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지원해도 부족한데 역차별이라니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8 18:28

수정 2015.10.18 18:34

[차장칼럼] 지원해도 부족한데 역차별이라니

"아쉽습니다. 기업들은 미래 생존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실제 결과물이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안에서 도움을 못 받고 있지요. 안방에서 최소한 역차별이라도 안받아야 할 텐데요."

최근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가운데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볼멘소리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데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현재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다.
대규모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상반기 실적은 개선됐지만 중국 경제 성장률 하락 등 악재가 드러나고 있어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은 '공격적인 투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판단으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 복귀라는 선물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은 세계 2위 화학기업인 사빅과 71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 23만t 규모 넥슬렌 공장을 지었고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에 가스전 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일명 '수르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공, 내년 1월 상업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 고객 지원 전담조직인 '화남 테크센터'를 설립하고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선제적인 투자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걱정도 되지만 기대를 갖고 과감하게 '실탄'을 쏟아낸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정부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은커녕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1% 할당관세다.

할당관세란 물가안정과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기본 관세율보다 한시적으로 세율을 낮춰 적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그동안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가 0%인 점을 고려해 국내에 도입되는 나프타 생산용 원유의 할당관세를 0%로 적용하다 올해 초에 1%로 인상했다. 업계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1%인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를 다시 0%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오히려 일부에서는 정부가 내년부터 1%인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를 2%로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 등도 마찬가지다. 산업계와 재계는 지난해부터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결국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6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규제개혁 간담회를 개최했다. 재계와 산업계는 이날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와 정부 간 허심탄회한 만남의 자리는 많았다. 그러나 이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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