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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車 사적 사용' 내버려둘 것인가


"얼마전 접촉사고가 났는데, 상대차가 벤츠 500이었다. 상대측 운전자는 여성이었는데 차에서 내린후 첫마디가 아빠 회사차라는 얘기였다. 이런 관행(법인차의 개인사용)들이 문제다"

최근 국회에서 업무용차의 비용처리 상한 규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본인이 직접 겪었다는 경험담이라며 해준 얘기다.

김 의원은 이날 "법인차로 등록된 차량중에 고가의 수입 스포츠카들도 있는데, 어느 회사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영업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업무용차 사용의 투명성 문제를 꼬집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오가고 있다. 개인들은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많은 세금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데, 기업들은 비싼차를 업무용으로 구입해 사용하면서 차값과 기름값, 수리비, 유지비 등을 모두 비용처리해 세금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국산차들은 준준형이나 중형차의 경우 대부분 3000만원 안팎에서 충분히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들이 실제로 시행되면 고가의 수입차에 몰리던 법인차 수요의 상당수가 국산차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가 법인차 비용산한 규정에 소극적인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법안들이 사실상 수입차들을 표적으로 삼는것 처럼 보일수 있기 때문.

현재 기업들의 업무용차 등록 실태를 보면 일반 서민들이 보기에는 위화감이 느껴질만 하다. 경제실천연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억9000만원짜리 최고급 세단 롤스로이스 팬텀이 5대 팔렸는데 전부 법인차였다. 차값만 2~4억에 달하는 벤틀리는 모델별로 총 322대를 지난해에 법인들이 사들여서 '사장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업무용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고가의 스포츠카들도 많다. 아우디 R8 스파이더, 벤츠의 SLS AMG, 포르쉐 911 터보S 카브리올레, 포르쉐 911 GT3 등 자동차 마니아들의 '드림카'로 불리는 차들도 업무용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입차 업계는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불편한 기색에 역력하다. 기재부가 걱정하는 것도 유럽에 본사를 둔 수입차 업체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문제를 재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돈으로 비싼차를 사서 타고 다니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업무용으로 쓰겠다면서 세금혜택을 받아놓고,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것은 월급생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국제 무역분쟁을 걱정하는것도 정부의 몫이지만, 이 나라의 성실한 납세자들을 위해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