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와 소비자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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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도입방침에 따라 3곳(카카오뱅크, K-뱅크, I-뱅크)에서 인가신청을 받아 연내 예비인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전업은행의 업무 허용범위나 비대면 실명확인 문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참여를 위한 기존 은산분리 정책 검토 등에 시간이 필요했던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제서 인터넷은행을 도입한다는 것은 정보통신 선진국이라고 자랑해 온 것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다. 미국에는 이미 20년 전 인터넷은행이 등장했고 우리가 규제대국이라고 비판하는 일본도 15년 전부터 인터넷은행이 설립돼 10개 가까이 활동 중이며 우리보다 뒤져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조차 이미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돼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인터넷은행 도입 시도가 수차 있었지만 인가기준, 금산분리, 금융실명제 관련 법적 제약과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무산됐고 소비자보호 차원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기존 은행 거래도 9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거래인 점을 고려한다면 새삼스러운 문제 제기에 불과하다.

종래의 금융산업에서는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신용 공급을 통해 투자와 저축을 중개하는 기능이 중요했다면 이제 소비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금융 관련정보를 수집.처리 전달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고 금융과 ICT 그리고 유통산업의 결합은 대세가 되었다.

사실 금융당국도 이런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대통령도 "과거 20여년간 신규 진입이 없었던 은행시장에서 핀테크를 발전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위 발표에서도 신속한 추진 의지가 보인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취지를 고려, 사업계획 혁신성 등을 중점 심사할 계획"이라는 부분은 금융산업에서 정부 역할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물론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적정 자본금이나 대주주적격성 등에 대한 심사는 당연하다. 그러나 누가 인터넷은행을 잘할 수 있을지 창의적 사업계획이나 해외진출 능력 등을 보겠다는 것은 정부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시범적 인가라고 하지만 시장에 몇 개의 인터넷은행이 적합한지를 정부가 판단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과당경쟁이나 부실화 우려도 있겠지만 건전성 감독을 통해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 방법으로 해결할 일이지 사전적으로 인터넷은행 수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자칫 인터넷은행 인가 자체가 이권이 될 수도 있고, 벌써 누가 인가받을지가 증권가의 관심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심사의 공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인터넷은행이 창의적 사업계획으로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잘할지와 같이 시장이나 소비자가 선택할 사항을 사전에 정부나 심사위원이 판단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권도 제도개선을 지체해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늦추고 금융산업의 경쟁을 저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기득권을 지켜 소비자의 권리를 해치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산분리에 매달려 새로운 변화를 거스르고 무엇을 더 제한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 금융권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가 선택할 권리를 지키는 데 더 관심을 두기를 기대해 본다.

yis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