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민관 인사교류, 선순환의 축

삼봉 정도전(1342~1398)은 과전법을 근간으로 조선을 설계했다. 과전법은 불법적 토지겸병과 농민수탈을 일삼던 권문세족의 횡포를 막고 농민 기반의 토지질서(조세정의)를 실현해 양반 관료사회를 완성하고자 했던 정도전의 '경제혁명'이었다.

과전법이 '삼봉의 현장경험'에서 비롯됐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라도 회진현(전남 나주)에 3년간 유배됐던 삼봉은 농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체험하며 위민(爲民)사상을 심었다. 과전법의 알파와 오메가는 현장이었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도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 '현장'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감각'이 '현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공무원이 휴직 후 일정기간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민간근무 휴직제도'를 2002년 도입했다. 앞서 2000년에는 민간인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제도 만들었다. 정부 정책의 현장 대응성을 높이고 민간의 경쟁력을 공직에 이식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였다. 민간근무 휴직제도는 13년간 이용한 공무원이 129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고액연봉, 민관유착 등 부작용이 불거지며 2008년 중단됐다. 개방형 직위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도입 15년이 지났지만 개방형 직위 수는 정부 전체 국·과장급 직위 3780개의 11.6%인 437개뿐이며 이 중 민간인 임용은 83명으로 2%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민관(民官)의 '소통·교류 부재'가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낳고 있는 것이다.

민관교류는 정책과 현장을 잇는 가교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공무원이 산업 현장을 체득하며 정책과 기획 분야의 전문성을 기업경영에 지원하는 동시에 현장의 경험을 공직에 접목해 공공부문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과 국민의 입장에서, '현장'이 원하는 '무엇'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의 해답도 얻을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민관교류가 제도적으로 정착돼 있다. 영국과 일본은 공무원이 분야별로 최대 5년(+알파)까지 민간에서 근무할 수 있고, 프랑스는 경우에 따라 12년까지 민간기업으로 파견(휴직)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의회의 공무원이 학계와 기업으로 갔다가 공공부문으로 되돌아오는 인사제도(Revolving System)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인사 시스템이 이들 국가의 높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간근무 휴직제도는 공직과 민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상호 개방성을 확대하는 '쌍방향 선순환 체계의 축'이다. 정부가 민간을 이끌던 개발시대와 달리, 시시각각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정부도 조직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쌍방향 교류로 민간의 경쟁력이 공직사회에 용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민관교류 활성화를 위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기회'는 보장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휴직자에 대해 의무복무기간을 설정했고 근무자에 대한 성과관리를 강화했으며, 민관 유착이 의심될 경우 소속 장관이 즉시 자체감사를 실시토록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민간근무 휴직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어떤 제도든 빛과 그림자, 효과와 부작용이 존재한다. 공무원의 전문성을 민간에 접목한 우리나라의 성공사례도 다수 있다. 정부, 기업, 휴직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성공적인 민관교류는 민간과 공직의 유연한 선순환 체계를 만든다.

공무원들이 막상 민간분야에 진출하려고 해도 민간 쪽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공직사회도 경각심을 갖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민관교류는 일방향적 개방이 아니라 쌍방향적 개방으로 건강하고 활력 있는 정부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 공무원도 국제기구나 민간 등에 활발히 진출해 정도전처럼 '현장에서 답을 찾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공직사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나아가 우리 공무원들이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GE,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도 근무할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