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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금융권, 핀테크 태풍 앞에 서다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25 17:01

수정 2015.10.25 17:01

[데스크 칼럼] 금융권, 핀테크 태풍 앞에 서다

핀테크가 몰고 올 변화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이 그칠 것이라는 금융권의 일부 기대 섞인 전망은 아쉽게도(?) 빗나갈 것 같다. 핀테크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결국 낙오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도 아니고 국내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핀테크가 발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이런 전망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핀테크 진행 속도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빨라지면서 이런 분석은 이미 설자리를 잃었다. 핀테크가 지급결제의 신속함이나 간편함 같은 단순한 수준을 넘어서 기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책당국자와 국내 금융인들이 핀테크의 중요성을 드디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이 점에서 2015년이 대한민국 금융사에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변화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결제의 중요한 축이던 밴(VAN)사들이 삼성페이 등장으로 사업의 지속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모바일결제로 밴사들이 신용카드 전표를 수급할 필요가 없게 되자 카드사들이 그동안 밴사들에 지급했던 수수료를 대폭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책 당국에서조차 밴사들의 운명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보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위협하는 불안한 기운은 다른 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금융정책 고위 관계자를 통해 들은 핀테크의 일면은 기존 시스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 카드로 결제한 사람에게 오히려 돈을 준다는 게 골자다. 현재 카드사는 카드 사용자에게 사용금액만큼 일정 기간 신용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카드가맹점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핀테크를 이용하면 카드 사용자가 신용 혜택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수수료 중 일부를 챙길 수 있게 된다. 이용금액이 카드 사용자의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결제되는 대신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중 일부를 고객에게 나눠주는 시스템이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금리 개인대출시장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업체들이 약진해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영역을 상당부분 잠식해 나갈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예측이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이런 변화에 대해 "핀테크가 금융산업의 축을 흔들 정도로 정체된 금융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KB국민금융 내분 사태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금융권이 올 들어 유독 조용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외견상의 평온함과 달리 물밑에서 진행되는 금융권의 변화는 판을 뒤바꿀 수 있을 정도의 메가톤급 태풍 수준이다.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이번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아직도 핀테크를 찻잔 속 태풍으로만 여긴다면 서둘러 생각을 바꿔야만 한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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