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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카드 수수료 인하, 기대한 효과 거둘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05 17:19

수정 2015.11.05 17:19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카드 수수료 인하, 기대한 효과 거둘까

금융위는 지난 2일 내년 초부터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에 대해 신용카드는 0.7%포인트, 체크카드는 0.5%포인트 각각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은 기존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낮아지고 체크카드도 영세가맹점은 1.0%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인하돼 카드수수료 부담이 한 해 약 6700억원 절감된다고 밝혔다.

과연 정부의 발표대로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가맹점 부담 감소분이 모두 카드사의 과다이윤 축소나 금융사의 카드사에 대한 조달금리 인하, 기타 원가절감 노력으로 흡수될 수 있을까. 정말로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다. 그동안 카드 사용 장려를 위한 정책들이 가맹점들의 카드사 선택권을 무력화시켜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경쟁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즉, 적정 원가를 분석한 결과 카드수수료에 인하요인이 있음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면, 카드사들의 담합이나 금융당국도 일부 인정하고 있지만 카드수수료 결정 구조에 시장 실패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에서 그러한 문제들을 밝히고 치유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드수수료 인하의 상당부분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각종 혜택 감소, 특히 영세 가맹점에서의 사용에 대한 혜택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카드로 구매하는 경우 영세 가맹점보다 혜택이 많은 대형 가맹점을 선택하려 할 것이고 수수료 인하의 혜택은 당초 의도한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만일 정부가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이 감소하지 않도록 다시 감독한다면 결제서비스 시장은 규제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기술적인 문제지만 영세·중소 가맹점 등으로 분류해 단계에 따라 카드수수료를 달리할 경우 가맹점들이 카드매출을 일정 금액 이하로 하려는 웃기 어려운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는 카드사 원가절감 방안의 하나로 밴(VAN)사의 리베이트를 금지해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카드사가 밴사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에서 경쟁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불법행위로 단속해 범법자를 만드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핀테크가 금융.유통산업 혁신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데 그 기반을 이루는 결제서비스를 시장이 아닌 정부가 정하는 가격에 의해 통제한다면 핀테크 관련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장의 표현처럼 법률의 규정에 따라 카드수수료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적어도 부당한 관치는 아니며, 특히 카드수수료 결정에서 영세·중소 가맹점을 우대하도록 하는 것은 법령에 따른 금융당국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친화적 방법을 통해 카드수수료 인하를 유도하지 않고,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무리하게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경우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

yis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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