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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소황제' 가족구조 깨질까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06 17:01

수정 2015.11.06 17:01

[월드리포트] 中 '소황제' 가족구조 깨질까

중국의 초등학교 하교시간이면 학교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교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이들을 기다리는 부모와 회사에 출근한 부모를 대신해 나온 조부모, 그들이 타고온 자전거와 전동오토바이까지 뒤섞여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1980년 '한 자녀 정책' 시행 이후 태어난 외동 아이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우며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자녀 정책이 35년간 일관되게 유지되면서 현재 중국의 일반적인 가정 형태는 양가 조부모 4명과 부모 2명, 아이 1명으로 이뤄진 '4-2-1' 구조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보통 조부모와 부모까지 6명의 극진한 보호하에 자라난 이 아이들을 소황제(小黃帝)라고 부른다. 소황제의 의미 속에는 귀하게 자라난 아이란 의미도 있지만 제멋대로 행동하는 응석받이란 부정적인 의미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중국의 일반적인 가정 형태가 소황제를 둔 '4-2-1' 구조가 정착되면서 세계 최대 인구대국 중국의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노령화는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제발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정부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구가 2003년 13억명을 돌파한 뒤 2006년부터 연평균 1000만명씩 증가해 2014년에 14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정치·경제·사회정책 등을 수립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식 집계된 중국의 인구는 13억6800만명으로 당초 목표로 한 14억명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감소 때문이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합계출산율, 즉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1.4명으로 국제적인 저출산 기준(1.3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저출산 국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산율이 줄면서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만 16~60세 노동인구는 9억1583만명으로 전년보다 371만명 감소했다. 노동인구는 2012년 처음으로 줄기 시작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인구는 2억124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5%를 차지하면서 전년(14.9%) 대비 0.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저출산 문제가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급속한 노령화로 청년층의 부담이 커지자 중국 공산당은 최근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모든 부모가 두 자녀까지 낳아 기를 수 있는 '보편적 두 자녀 정책'을 발표했다. 1980년 9월 당시 덩샤오핑이 2010년까지 인구를 14억명으로 유지하겠다며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한 지 35년 만에 이를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한 자녀 정책을 포기했다고 해서 중국의 모든 부모들이 자녀를 두 명까지 낳아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소황제'로 대표되는 한 자녀 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이미 자리잡은 데다 노동력이 필요한 농촌에 비해 도시 부모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두 자녀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30대의 웬슈메이씨(여)는 "결혼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녀를 한 명만 낳아 기르고 있으며 두 자녀 정책이 시행돼도 자녀를 두 명까지 낳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도시에서 아이를 낳아 기를 경우 양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조부모(4명)를 모시고 아이 두 명까지 기르는 게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젊은 부부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두 자녀 정책의 효과로 연간 신생아 수가 최대 800만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부터 200만명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신생아 수 증가 효과가 항후 3~5년 정도에 그치고 경제적 효과도 20년 후에나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의 관념과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한 '소황제'로 대표되는 저출산 구조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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