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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 걸음] 달라진 M&A, 삐딱하게 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1 17:04

수정 2015.11.11 17:04

[이구순의 느린 걸음] 달라진 M&A, 삐딱하게 보기

지난주 금요일 오후 느닷없이 날아든 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 SK텔레콤의 케이블TV시장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 소식.

놀랐다. 설마 했었는데 결국 결정이 됐다. 반갑고 환영할 만한 소식은 아니다.

데자뷔…2001년 연말. 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SK텔레콤이 2위 이동통신 회사인 신세기통신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렸었다. 그때도 놀랐다. 그렇게 될 줄은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인수가 결정되는 것은 충격이었다.
이때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는 대가로 가입자를 잘라내야 하는 인가조건을 부여받았었다. 그 정도로 반감이 큰 인수합병(M&A)이었다.

그동안 국내 1등 이동통신 회사 SK텔레콤은 여러 기회가 있었다. 해외시장에 나가서 도전해 볼 기회도 있었고, 전 국민의 절반을 커버하는 이동통신 가입자 기반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할 기회도 있었다. 여러 번 도전도 했다.

그러나 도전이 성과로 이어져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똑 부러진 사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선택의 종착점은 1위 케이블TV를 인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사 AT&T의 위성방송채널 디렉TV 인수를 승인했다. 프랑스계 미국 케이블TV시장 3위 업체인 차터가 미국 케이블TV시장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눈을 조금 넓혀서 보면 국제적으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초대형 M&A 소식이 날아든다. 그것도 M&A를 통해 단번에 시장 1위 자리가 바뀌거나 1, 2위 사업자가 합쳐지는 일이 다반사다. 예전처럼 망해가는 사업을 팔아치우는 게 아니라 소위 잘나가는 사업을 서로 주고받아 몸집을 키우는 게 요즘 M&A의 유행방식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살아남기 팍팍해졌다는 얘기일 게다. 방송통신 회사들의 M&A는 단순한 몸집 키우기 욕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종의 판단이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잠깐 멈춰서 생각해본다. SK텔레콤만 새 먹거리 찾기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보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서는 몸집을 키워야 혁신사업도 노릴 수 있는가 보다.

그래서 조금 삐딱하게 보기로 했다. 1위 사업자의 몸집 키우기를 독점의 논리로만 볼 일은 아니지 않을까. 이미 세상은 '국내 1위 사업자'의 의미가 사라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TV(IPTV) 3사의 가입자 망을 쓰겠다고 덤비고 있다. 그것도 헐값에 망만 빌려쓰겠단다. 망 빌리는 값은 넷플릭스 수익의 10%만 준단다. 협상의 주도권이 국내 IPTV 사업자에게 없다는 말이다.


유튜브로 미국 방송이나 한국 방송이나 다 볼 수 있는 시대다. 어쩌면 유튜브가 이미 세계적으로 1위 방송사업자 아닐까. 2001년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 때와는 세상이 달라진 듯싶다.
경쟁법 법전에 나온 독점의 논리가 아니라 달라진 요즘 세상을 반영해 기업 생존권 차원에서 M&A를 보겠다는 삐딱한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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