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민생과 정책신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2 17:06

수정 2015.11.12 17:06

[여의나루] 민생과 정책신뢰

요사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이슈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난데없이 밀어붙이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게 보이지만 곳곳에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금의 역사교과서가 정말 편향된 것이라면 당연히 바로잡아야겠지만 어째 정부의 일 처리하는 방식이 별로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총리와 여당 대표가 나서서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찬반양론의 첨예한 대립이 달갑지 않은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그 어디에도 국민을 설득하고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직 정치권의 편 가르기 싸움만 난무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내 편, 네 편으로만 가르고 전쟁만 해야 하는지 마음이 답답하다.
경제가 어렵다고, 개혁이 시급하다면서 그런 걸 제쳐두고 꼭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급한 정책인지 의문이기도 하다. 여하튼 급하고도 절실한 민생문제 해결에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나 정작 국민에게 절실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은 한참 뒤로 밀려나버린 꼴이다.

필자의 기억력이 나빠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부 들어 유난히 정책혼선이 많아 보인다.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와 일관성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가끔 헷갈린다. 여론 눈치 때문인지 정책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검토 없이 급작스럽게 꺼낸 카드가 너무 많아 보인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그리고 빨리 하려고 한다는 느낌뿐이다. 정작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하는데도 말이다. 주변을 조금만 돌아다보아도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이제 한숨으로 가득 차 있고, 이제나저제나 하는 청년들의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더욱이 금년 들어 사상 최악의 가뭄마저 찾아와 고통에 신음하는 이가 점점 늘고 있음에도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아파해야 고통이 멈춰질지 아득하기만 하다. 지금 국민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먹고사는 문제해결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그토록 공을 들였음에도 내수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나마 경기를 주도하던 수출마저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많다(벌써 몇몇 외국기관은 부정적 예측을 내 놓고 있다). 이제라도 모든 정책역량을 경제에만 집중해야 한다. 최소한 내수경기라도 파란불이 들어올 때까진 말이다. 또 하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부정적인 정책이라면 과감히 포기하거나 연기해야 한다. 가령 당장 내년에 도입될 '김영란법'이 단적인 예가 될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이 강조한 바 있고, 그 취지나 당위성에 충분히 공감을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또 한 번 내수경기를 꽁꽁 얼게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유통질서를 바로잡는다 하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란 걸 시행했지만 시장만 반토막 나버렸다고 한다. 도서정가제 시행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해외직구 활성화로 국내물가 안정화(2%포인트 하락)에 기여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로 인한 내수경기 위축 분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최근에 정부가 지난 8월 시행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석 달 만에 없던 것으로 만들었다. 누가 정부정책을 신뢰할까 싶다.

어제오늘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희망펀드' 모금에 알 만한 기업가가 앞다투어 거액을 참여하고 있다. 정작 청년들은 그 펀드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시가 서울시 거주 저소득 청년실업자 3000명에게 월 50만원씩 생활비 보조를 해준다고 하고, 성남시도 보조를 한다고 한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는 게 과연 마땅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 도심 '자전거도로'를 보면서 더 이상 정책혼선이나 정책불신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