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클릭] 포스코 수사와 '태생적 한계'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5 16:59

수정 2015.11.15 16:59

[현장클릭] 포스코 수사와 '태생적 한계'

지난 11일 검찰이 포스코 비리 수사 중간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강조한 단어는 '태생적 한계'다. 이번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를 지휘하는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면서 직접 고른 단어다.

최 차장검사는 포스코 비리의 원인을 진단하며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의 태생적 한계를 지목했다. 정 전 회장이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들에게 빚을 졌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태생적 한계'라는 단어를 정 전 회장에 한정해 사용했지만 이 수식어는 포스코 그룹 자체와도 연결된다는 평가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포스코의 태생적 한계는 자연적으로 외풍에 휘둘리는 지배구조를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검찰 역시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한 것은 아니지만 크게 무게를 두지 않은 분위기다. 포스코의 구조적인 병폐를 활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챙긴 외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다는 의구심이 많기 때문이다.

검찰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인사에 대한 질문에 "이름만 들어도 아는 실세가 맞다. 참고인 신분이어서 강제수단이 없다. 정 전 회장 선임 과정은 당사자의 진술 없이도 실체가 확인돼 더 조사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답했다.

앞으로 이번과 같은 구조적 비리가 다시 드러난다면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여지도 남겼다. 8개월여 진행된 수사로는 안되고 또 다른 수사가 시작돼야 포스코의 구조적 병패에 기생한 외부 권력층을 수사해볼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비리 당사자들을 처벌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검찰 역시 강조했던 '국민기업 포스코'의 재건을 위해 환부(患部)를 덜어내자는 취지가 깔려 있다. 8개월 이상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은 이번에야말로 구조적 비리를 털어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했을 뿐이다. 수사의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니라는 의미다.
검찰이 정 전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한 외부 인사들을 언제까지 익명의 실세로만 놔둘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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