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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면세점 경쟁력 꺾어버린 '5년짜리 사업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9 16:55

수정 2015.11.19 16:55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면세점 경쟁력 꺾어버린 '5년짜리 사업권'

며칠 전 관세청은 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시내 면세점에 대한 특허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세구역 관리나 경영능력, 관광인프라뿐만이 아니라 사회공헌도와 상생협력 노력까지 판단한 까닭인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SK와 롯데 등에 대해서는 기존에 운영하던 면세점 특허를 반납하게까지 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했다. 게다가 심사위원들이 누군지도 모르게 하고 입시문제를 출제하듯 외부 연락도 닿을 수 없게 하면서 심사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인가?

어쨌든 특허심사 발표를 전후해 관련기업들의 주가 변동이 수천억원에 이를 만큼 엄청난 이권이 오가는 사업이었음에도 짧은 시간에 별다른 잡음 없이 심사를 마쳤으니 성공적인 것일까. 하지만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어떤 대단한 능력을 가진 심사위원들이 무엇을 평가했는지 모르지만 국정교과서 편찬에는 신념에 따라 참여를 거부하는 학자들도 있다는데 이런 심사에 참여를 거부하는 유통학자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떨어진 기업들이 불평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우리 경제가 관치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닌지 더욱 우려스럽다.

정치권의 대응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야권의 몇몇 의원은 면세점의 심사기준을 법제화하는 취지의 의안을 발의했고, 어떤 의원은 면세점의 특허수수료를 올리고 고객 유치에 대한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했다. 물론 엄청난 이권이 오가는 사업의 특허에 대한 심사가 관세청장이 정하는 보세판매장 운영고시에 따라 진행되는 것도 문제이고, 엄청난 이익에 비해 미미한 수수료(0.01~0.05%)도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특허를 받은 사업자만 운영하도록 해 면세점 운영을 엄청난 이권사업으로 만들고, 그것을 정부가 심사를 통해 특정업자에게 주겠다는 자체가 더 큰 문제다. 그런데 정작 그런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관세청장의 고시에 따라 정하던 것을 법률에 규정해 국회도 거들 수 있게 하거나 정부가 정하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적당한 해결책이 아니다(만일 그런 취지라면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공정할 것이다). 더구나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것은 면세점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음성적이고 불법화될 뿐이다.

물론 면세점 특허는 과거부터 해오던 일을 하는 것이고, 오히려 종래 특혜를 누리던 사업자들의 특허를 회수해 새로운 사업자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 그렇게 했어도 우리나라의 면세점 유통산업 매출규모는 8조원을 넘어서 세계 1위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에서 과거를 답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볼 때 거꾸로 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면세점 사업은 우리나라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외국의 사업자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외국의 관광객들이 한국 면세점에서 상품을 사는 것이 세계의 다른 어디에서 사는 것보다 안심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도록 제도와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누가 면세점을 더 잘할 것인지는 정부가 심사하는 것보다 시장이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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