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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념갈등과 진영론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9 16:56

수정 2015.11.19 22:36

[데스크 칼럼] 이념갈등과 진영론

어떤 사회나 갈등은 존재한다. 유한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과 집단 간의 갈등이 벌어진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구성원들 전체를 이해와 견해를 달리하는 대규모 집단으로 분할한다. 사회 전체가 중요한 정치적 차이를 지닌 세력들로 나눠지는 것이다. 이것을 정치학에서는 '균열(cleavage)구조'라고 지칭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편 저편으로 갈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보수, 진보로 나뉜다. 경제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자본가와 노동자로 갈린다. 또 믿는 종교에 따라 갈리는 종교적 균열과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적 균열도 있다. 세대 균열도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상당기간 사회의 균열구조는 지역적 균열이 중심이었다. YS, DJ, JP 등 3김으로 대표되는 지역보스를 중심으로 갈라진 지역균열이 주류였다. 여기에 산업화-민주화 세력 간의 균열이 가세하면서 현재의 보수-진보 진영(陣營)이라는 양대축을 구축하게 된다.

지역균열이 한국의 정당구조를 완전히 형성시켜 버렸고 고착화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이념적 균열이 균열구조의 중심에 서게 됐다. 남북문제, 분배, 노동, 환경, 복지 등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면서 이념적 균열이 여러 사회적 균열 가운데 중심이 되었다.

보수진영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인 산업화와 안보 보수세력, 영남지역 유권자 상당수와 결합돼 있다. 진보진영은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인 민주화세력, 조직화된 노동자집단, 호남지역 유권자 상당수와 결합돼 있다. 이 때문에 지역적으로 보수는 영남, 진보는 호남이 각각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패권구조 때문에 혜택을 보는 기득권층이 생긴다. 이념균열과 지역균열의 이중구조가 연결되면서 강력한 여야의 정치적 기득권 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양자대결 구도가 지속되는 한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치열하게 진영논리를 대변한다. 그런 과정에서 여야의 극한대결은 더욱 치열해지며, 사회의 모든 선악의 기준은 이념이 된다. 극단적인 진영간 대결 때문에 별다른 노력 없이 독과점으로 이익을 얻는 정치적 '지대추구(rent-seeking)'자들이 진영론의 뒤편에 숨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은 상호 적대적이긴 하지만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으면 나도 존재하지 못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경로의존성이란 일정한 경로를 밟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기존의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다.

'화성에서 온 보수, 금성에서 온 진보.' 평소 아주 친근하고 세상사 많은 부분에서 아주 잘 통하는 사람도 정치 얘기가 시작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거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우파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과 좌파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뇌 구조가 이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말이다. 진영론이 만들어낸 사회적 단절이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논란과 이로 인한 폭력시위 문제로 좌우 이념대립이 커지고 있다.
이념대결의 상시화는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한국정치는 진영론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이념갈등과 정치의 후진성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깨어있는 유권자뿐이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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