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대형마트 영업제한, 거꾸로 가는 규제 시계

며칠 전 대법원은 지자체의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조치(이하 영업제한 규제)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규제의 근거가 된 유통산업발전법이 헌법에 위반됐는지는 헌법재판소(헌재)가 판단할 사항이지만, 헌재는 지난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관해 동법은 영업제한 등의 규제 근거를 마련한 것일 뿐 직접 기본권을 제한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각하한 바 있다.

한편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상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 존중이란 기본 원칙과 경제의 민주화 등을 위한 규제와 조정이라는 실천원리로 구성되며, 소비자의 선택권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에 속하고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 규제는 소비자 이용 빈도가 비교적 낮은 심야나 새벽 시간대 영업만 제한하는 것이고 의무휴업일 지정처분은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만을 명하는 것이어서 그로 인해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글에서 판결의 법적 문제를 다투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를 통해 소비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이 소비자 선택권의 본질적 훼손이 아니고 경제민주화와 소비자 선택권을 서로 상충하는 공익과 개인적 권리의 관계로 파악하는 대법원 판결의 시각은 문제다.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이 다수의 공익이고 특정 중소상인들의 이익이 사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전통시장 활성화도 소비자 선택의 문제인데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하는 경제민주화가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일까.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전통시장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무빙워크 설치 등 대중교통 접근 편의성의 제고나 다양한 공동 편익시설 및 소비자 정보제공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하주차장 공동개발 등 전통시장 리노베이션을 위한 건축규제 완화 등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를 불편하게 해서 전통시장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개인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민주화의 가면을 쓰고 소비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규제의 실효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대형마트가 모두 쉬면 소비자는 불편하더라도 소비패턴을 바꾸게 되어 대형마트의 매출액 감소는 미미하고 오히려 휴일이나 단축된 영업시간만큼 인건비나 유지비가 절약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실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지만 불편의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또한 항소심 판결에서 '점원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점포 집단'이라는 대형마트 개념이 문제가 됐지만 만일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이 매장 일부를 대형마트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한다면 규제대상을 다시 확대할 것인가. 정부의 규제시계는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의심스럽다.


대법원 판결이 있던 날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중소상인 살리기 4대 민생입법'을 촉구했다. 물론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소비자는 없다. 누구를 위한 민생이고 경제민주화인가.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