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르포] 불황 모르는 한진重 필리핀 수빅조선소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24 17:09

수정 2015.11.30 21:02

100번째 선박 건조중.. 2016년 해양플랜트 도전
필리핀 수빅만에 자리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서 선박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 수빅만에 자리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서 선박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전경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전경


【 수빅(필리핀)=최진숙 기자】 24일 오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키로미터 떨어진 수빅만.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6도크 위로 최대 600톤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 2대가 육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도크 길이 550미터, 폭은 135미터. 축구장 7개 크기의 이 세계 최대 규모 도크에는 한진중공업의 100번째 선박이 건조중이었다.

지난해 그리스 코스타마레사가 발주한 이 1만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들어가는 거대한 쇳덩이 블록은 230개. 이중 80개 조립이 끝났다. 도크안 바로 옆자리는 또다른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이 건조중이었다.
뒷편으로 9000TEU 컨테이너선과 300K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에선 이제 막 블록조립이 시작됐다. 여기저기 힘찬 기계음들이 고요한 수빅만을 흔들어 깨우는 듯했다.

해양플랜트 악재로 국내 조선 빅3가 발목이 잡혀 고전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한진중공업은 멀리 필리핀서 새로운 한국 조선 역사를 쓰고 있다.

1937년 지어진 부산 영도조선소의 규모는 25만7천㎡. 건조가능한 최대 규모가 6000TEU에 불과하다. 어떤 형태의 초대형 선박이든 건조해내겠다는 각오로 탄생한 곳이 이곳 수빅조선소다. 한때 국내선 격렬한 노사다툼도 있었지만, 한진중공업은 그 시련을 딛고 수빅을 글로벌 조선사 핵심기지로 키워내고 있었다.

수빅조선소 야드에는 1개당 250톤에 이르는 쇳덩이 블록들이 장난감처럼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5도크옆 3안벽에는 건조가 끝난 9000TEU 선박이 인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달말과 내달중순 차례로 발주사 터키 선사품에 안길 선박이다.

수빅조선소는 지금 빠른 속도로 글로벌 조선소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3년치 건조 물량이 쌓여있고, 지난해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톱 10위권에도 올랐다. '100번째 수주', '100번째 건조' 역시 국내 빅3 조선소를 제외하고 쉽지 않은 기록이다. 2007년 1호선 건조에 착수한 이후 지금껏 95척의 인도를 끝냈다. 인도금액만 52억달러에 달한다.

앞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수주의 '질'이다. 수빅조선소는 초대형선, 고부가가치 시장의 성공적 안착을 노리고 있다. 지난 4월엔 프랑스 최대해운사 CMA-CGM이 발주한 2만6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 화제가 됐다. 현재 2만TEU급 이상을 수주한 곳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 그리고 한진중공업 4개사가 전부다.
2만600TEU 선박은 내년 2월 이곳서 건조가 시작된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빅3들이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해양플랜트에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심정섭 수빅조선소 사장은 "조선업이 어렵지만 본격 업황이 회복세를 타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빅조선소가 다시한번 도약할 것"이라며 "그 때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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