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謹弔

상가(喪家)에 가면 항상 묵직한 슬픔이 내리깔리고 고인을 기리는 흐느낌이 늘 보는 이를 숙연케 한다. 내 혈육이 아니어도 그 앞에 서면 엄숙해지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떠올리게 된다.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며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회초리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상가는 또 가시는 분에 대한 덕담이 오가며 좋았던 면모를 기리는 자리다. 떠나시는 분에 대한 마지막 예우와 배려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애통한 마음을 애절한 오열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고인이 살아계시던 때 더 잘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가슴 아파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평소 고인에게 잘 해드린 사람보다는 잘 못해드린 사람이 더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어쨌든 망자의 빈소는 가신 분을 기리는 자리이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엮어내는 의식(儀式)의 장소인 것이다.

최근 유명을 달리하신 김영삼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기사를 접하며 느낀 점은 우리가 평소에 그분에게 제대로 못해드렸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념의 정치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뛰어난 직관과 추진력 등등 언론의 재평가를 접하며 새삼 그분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런 여러 가지 훌륭한 업적 중에서도 가장 필자에게 감사하게 기억되는 것은 그분이 당시 정보통신부를 만드신 분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나라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을 선택해 이를 책임있게 추진할 정부조직으로 정보통신부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체신부를 모체로 하고 정보통신 관련기능을 결집해 탄생한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국가발전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이끌어갈 범정부적인 정보화 추진체계를 갖춰 밤낮 없이 업무에 매달렸다. 그리고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구축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서비스를 누리도록 하였고, 사회 각 부문의 정보화를 추진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위상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의 지도자들은 동일한 정책기조를 유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방편의 하나로 IT를 택해 성공적으로 위기를 돌파했으며 뒤이은 노무현 대통령도 IT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IT 발전을 앞장서서 독려함으로써 15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IT 융성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는 계속해서 전수되고 학습되어 후대의 귀감이 되어야 마땅할 일이다.

이제 우리를 떠나시는 분을 애도하고 명복을 빌면서 차제에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념논리에 휩싸여 공적마저 폄하하거나 무조건 매도해서는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결함은 있게 마련이고 업적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긍정적인 부분은 공(功)으로 인정해 본받고 부정적인 부분은 반성과 경계의 대상으로 삼으면 될 일이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배울 점은 기려서 배우고 잘못된 점은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그럼으로써 역사가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를 선도하며 정보통신 강국의 자부심에 겨워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떠나는 분께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그리고 유족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

김대희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