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트럼프는 왜 인기가 많나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에 이어 공화당 대선 후보들 중 2위를 달리던 벤 카슨이 주춤하면서 트럼프와의 격차가 11%포인트나 벌어졌다.

현재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27%로 카슨을 제치고 2위로 부상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17%를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봄 트럼프가 공화당의 선두주자로 부상했을 당시, 대부분의 언론과 정계 인사들은 "여름이 되면 트럼프에 대한 인기는 시들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올여름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지속되자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트럼프의 인기는 아침이슬처럼 조용히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12월이 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트럼프의 인기는 여전하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트럼프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수많은 '막말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지난 수개월간 멕시코 이민자, 여성,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 심지어는 한국까지 자신의 '막말 대상'으로 올리면서 무식의 표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기는 언론의 예상을 뒤엎고 건재하게 유지되고 있다.

도대체 트럼프는 왜 인기가 높은가.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막연한 국수주의와 반이민 정서가 일부 저학력 저소득층 백인들과 코드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저학력 저소득층 백인 지지층을 기반으로 현재 트럼프가 누리고 있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계 분석가들의 얘기다.

다른 쪽에서는 "트럼프가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달리 솔직담백한 의견을 시원시원하게 내뱉는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아닌 외과의사 출신인 카슨이 "무슬림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는 막말 파문으로 이번 대선 경쟁에서 밀려난 사실을 감안했을 때 트럼프가 막말로 인기를 유지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트럼프는 정계에서 참신한 인물도 아니다.

비록 이번 대선 전에 직접적으로 선출직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는 오랫동안 다른 정치인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활동하면서 간접적으로 정계에 간여해 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이 도가 지나치는 발언이나 행동으로 인해 한순간에 날아갔음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마치 '아기돼지 3형제'에서 나오는 벽돌집처럼 탄탄하기 짝이 없다.

그 이유는 트럼프가 '연예인급 유명인사'(celebrity)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단순한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안방 텔레비전 스타만큼 유명세를 타는 스타로 꼽힌다.

실제로 트럼프는 수년 전 NBC 방송의 히트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Apprentice'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완전한 안방스타로 거듭난 바 있다.

10대 소녀들이 인기스타 가수를 보며 열광하듯 상당수 미 국민들은 지금 '연예인 트럼프'라는 최면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밀려나면 마치 자신이 즐겨보는 드라마가 종방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에게 열렬한 지지를 던지고 있다.

트럼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떠들어댄다.

모든 것을 극비로 진행하는 '신비주의'로 팬들을 관리하는 연예인들도 있지만 트럼프는 '욘사마'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나타나고 있는 '트럼프 열풍'은 정치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에게도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