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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국제조달 네트워크와 해외시장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06 17:08

수정 2015.12.06 17:08

[차관칼럼] 국제조달 네트워크와 해외시장

최근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어려워지고 있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해외시장의 상실은 치명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8000달러도 해외시장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우수한데도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시장개척은 안정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 비중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더 이상 중소기업을 위한 시장 확대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우수한 중소기업을 위한 해외 조달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 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현지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인 것 같다. 아시아 공공조달시장만 해도 연간 1700조원 규모의 큰 시장이면서 우리와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한 면이 많다. 그러나 여기도 자기 시장을 보호하려는 이기적 속성과 보이지 않는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베트남 타인호아시의 하수도사업이 발주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차관사업인데 ADB 모든 회원국 기업은 다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입찰 세부내역이 인터넷 등으로 공개되지 않아 참가를 원하는 기업은 타인호아시를 직접 방문해야만 했다. 입찰서류도 돈을 주고 사야 했고, 입찰절차와 낙찰자 선정은 베트남의 국내규정이 적용됐다. 우리 중소기업이 해당국의 입찰내역과 조달규정까지 알기는 너무나 힘들다.

어떻게 하면 정보의 장벽을 낮추고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까. 여기서 조달청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0월 조달청은 ADB와 공동으로 '아시아·태평양 전자조달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아·태 지역 30여개국 조달기관이 참여한 이 지역 협력체는 역내 전자조달 확산과 공공조달에 관한 통상 촉진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조달청의 첫 번째 과업은 이 지역 조달시장의 정보장벽을 해소하는 것이다. 즉 네트워크 회원국 간 입찰정보를 온라인으로 공개해 역내의 각종 조달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전자조달을 도입한 방글라데시는 정부의 국제입찰 정보와 입찰서류를 온라인으로 게시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확대되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단일 웹사이트가 구축되고 아시아 전역에 걸쳐 모든 입찰정보와 입찰서류가 온라인으로 공개되는 꿈을 꿔 보기도 한다. 이런 꿈이 현실화된다면 정보의 장벽에 막혀 있는 우리 기업들의 아시아 조달시장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며 발주국 입장에서도 더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럽이 공공조달 네트워크를 통해 조달시장의 통상장벽을 해소하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이 절실하다. 필자는 아·태 지역 공공조달 네트워크 설립 총회에서 "이 네트워크가 아·태 지역의 공공조달 협력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태 지역 조달기관 간 정보협력과 정책공유를 통해 정부조달의 효율성을 향상하고 납품기업의 편의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협력체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 물건만 팔아먹겠다는 얄팍한 생각으로는 건전한 협력체를 만들 수 없다. 우선 회원국들의 조달 관련 공무원을 초청해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우리 조달시스템을 알려주고 우리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회원국들의 조달시스템을 효율화할 수 있다. 우리의 우수 조달제품을 자랑하는 나라장터엑스포에 회원국의 공무원들을 초청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문화와 기술의 우수성도 간접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베트남, 몽골에 우리 조달 관련 시스템을 수출했듯이 우리의 전자조달시스템 기술도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국제 협력 네트워크라는 레일을 타고 가면 우리 조달기업에도 자연히 기회가 오리라 생각한다.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상규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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