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합의 실패 유가 급락.. 2017년부터는 반등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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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산유량 제한없애.. WTI 한때 5.7%나 폭락
저유가에 투자 줄어들면 2017년부터 안정찾을 듯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4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마라톤 회의 끝에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사실상 산유량을 제한하지 않는 현 정책을 공식적으로 추인했다. 회원국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카르텔'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 수급이 균형을 찾기 시작하면서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은 4일 밤 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마라톤 회의 끝에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초 4시간으로 예정된 회의는 7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격론만 오갔을 뿐 합의는 없었다. 유일한 합의라면 내년 6월께 다시 모이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가 폭락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가 회의에 앞서 지금보다 산유량을 5% 줄이는 하루 150만배럴 감산을 제안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우디는 이란과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 등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감산에 반대했다.

OPEC은 현재 하루 315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고, 앞으로도 산유량을 늘리면 늘렸지 인위적으로 줄이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IHS의 석유담당 애널리스트 제이미 웹스터는 "많은 이들이 OPEC은 죽었다고 말했다"면서 "OPEC 스스로 이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산유량 제한(쿼터)마저 정해지지 않았다. 회원국 간 무한경쟁을 공식화한 셈이다. 회의가 끝난 뒤 이란 석유장관 비잔 남다르 잔가네는 "사실상 (산유량) 제한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장관은 "소비자에 반하는 카르텔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그 같은 시절은 지났다"고 단언했다. 현재 하루 150만배럴 규모인 석유 초과공급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인 러시아가 하루 105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고, 미국의 셰일석유 생산 둔화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란의 석유시장 복귀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하루 33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이란은 내년 말까지 하루 400만배럴로 확대하겠다고 다짐한 상태다. 핵협상에 따라 내년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산 석유까지 공급된다. 수출물량은 하루 50만배럴로 예상되지만 이란은 산유량 확대를 통해 이를 100만배럴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시장(NYMEX)에서 미 원유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1월분은 OPEC 회의 결과가 알려지자 5.7% 폭락한 뒤 점차 낙폭을 좁혀 배럴당 1.11달러(2.7%) 급락한 39.9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시장(ICE)에서도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내년 1월물이 2% 가까이 하락한 43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유가 전망은 다르다. 2017년부터는 유가가 뛸 것이라는 예상이다.
댄 여진 IHS 부회장은 CNBC에 출연해 지금처럼 낮은 유가에서는 석유 생산에 필요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공급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2017년 유가 상승을 전망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초과 상태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균형을 회복하고, 2017년에는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2020년에는 하루 700만배럴 초과수요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RBC 캐피털마케츠의 에너지리서치 공동책임자인 커트 홀리드도 지금 상황이 "1991~1994년과 비슷하다"면서 "당시 3년에 걸쳐 초과산유량이 흡수됐고 이후에 다시 수급이 균형을 맞췄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