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국제유가 하락 득보다 실, 장기화시 심각"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종은 장기화될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심각한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하락을 바라보는 정유업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국제유가 하락이 원가를 줄여줘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느나 세계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경기회복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기를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보다는 '유가하락→구매지연(유가가 더 떨어질 거라는 기대감하에 석유제품 구매 지연)→석유제품 가격 하락→마진 악화'라는 시나리오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당장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4·4분기 재고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4분기 기름가격이 3·4분기에 비해 더 떨어져 미리 구매한 재고에 대해 손실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도 국제유가 하락을 반기지는 않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연료비 부담이 낮아지면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호재보다는 세계경기 침체 장기화로 해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하게 되면 산유국 경제가 악화되고 이런 위험이 주변국으로 퍼져 나가면 오히려 자동차 수출 경기도 얼어 붙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가장 타격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의 경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미 많이 탈출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저유가가 계속될 경우 유전개발 필요성이 줄어 해양플랜트 발주가 지연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항공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을 내심 반기고 있다. 기름값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유류할증료를 받지 못하게 돼 매출액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 역시 실적악화가 우려된다.
주요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수익성 악화에 더불어 이미 낮은 원자재가격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생산 동력이 유류보다는 전기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가 하락이 국제 경기를 둔화시켜 전반적인 소비 침체를 야기시킨다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안승현 김경민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