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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의 어중간한 익명 처리

#1. ○○군은 2014년 12월 등 '다가구주택(8가구) 신축' 민원에 대해 '6가구 이상 다가구주택 허가를 제한하라'는 기관장 지시가 있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반려처분.

#2. ○○시는 2014년 5월 '공장신설 승인 신청' 민원 등 4건에 대하여 법령상 근거 없이 '주민동의서' 등을 부당하게 요구하여 민원처리를 최대 517일 지연.

이들 사례는 국무총리실이 8일 발표한 '행정 현장의 불합리한 행태개선, 규제개혁 체감도 높인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중 일부다. 자료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규제개혁 저해 행태를 저지른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군' '○○시' '○○ 공공기관' 등으로 익명처리됐다는 것.

총리실은 이날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107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규제개혁 저해행태 및 부조리 실태' 집중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규제남용 등 현장 관계자들의 부당한 업무처리 사례가 99건이며, 이에 따른 법령 정비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41건이나 발굴됐다. 특히 법령상 근거가 없는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규제남용 행위가 21건에 달했고, 부당한 진입규제.비용전가 행위가 22건이나 됐다. 또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의 결과를 무시하거나 제때 이행하지 않는 등 처리지연 사례가 27건,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업무처리 등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행위가 29건이었다.

이와 함께 총리실은 앞으로 현장 공무원들의 안일한 규제 집행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종합적 개선책도 함께 내놓았다. 개선책 가운데 민간에서 지자체 행정행태 등을 평가하고, 이를 5단계로 등급화해 지도에 표시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자체 간의 자발적 규제개선에 대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자체별 '규제체감도 지도'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이날 보도자료의 익명처리는 좀 어중간하다.

규제권한 남용이 전국의 모든 지자체의 공통된 문제라는 것을 지적한 내용이었다면 굳이 특정 지자체나 단체의 이름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총리실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해당 지자체나 기관에 대한 '실명처리'가 규제개혁에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규제개혁 체감도 높인다'라는 보도자료 제목과도 잘 어울린다.

yoon@fnnews.com 윤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