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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경제 혁신, 정치권이 물꼬 터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09 17:04

수정 2015.12.09 17:04

[fn논단] 경제 혁신, 정치권이 물꼬 터야

2015년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여러 경제지표와 연구소 등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볼 때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최근 몇 년 동안 2%대 초·중반에서 3%대 초반 사이를 맴돌고 있다. 이는 3%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장이다. 문제는 지금의 저성장이 일시적이거나 경기변동적 성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시적이거나 경기변동적이라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하락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경기부양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한 대로 지금까지의 저금리와 확장적 재정지출을 통해 얻은 효과는 미미하다. 결국 한국 경제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려면 '구조적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지금까지 선진국 추격(catch-up)에 활용됐던 우리의 기술은 이제 범용화됐고, 효율적인 제조능력은 이미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이 아닌 남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다시 도약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의 해법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실행인데 이 단계에서 우리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혁신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기술혁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여러 경제.사회적 제도의 혁신도 같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구조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즉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혁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고용을 창출하는 노동혁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하는 규제혁신 등 여러 분야의 제도혁신이 이뤄져야 기술혁신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렇듯 혁신은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모든 부문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하론, 즉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설계도는 물론 엔진 소재 부품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혁신은 기업 스스로 자기 책임하에 달성하는 것이지만 제도의 혁신은 각계의 이해관계와 이념적 성향의 충돌을 수반하므로 일종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다. 그 사회적 합의 과정은 정치의 영역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정치의 영역에서 혁신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노동개혁은 선언적 합의만 한 가운데 진척이 없고,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서비스분야의 규제개혁은 의료민영화가 빌미가 되어 수년째 논쟁 중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롭게 열리는 융복합 분야의 시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노력도 아직 미흡하다. 과거에 비해 한층 권한이 세진 국회는 모든 이슈를 끌어안고 있지만 제대로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도혁신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는 오래다.
결국 앞에서 나열한 혁신리스트에 '정치혁신'이 추가돼야 하고, 이것이 성공해야 엉킨 매듭이 풀리는 형국이 됐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은 급속히 변하고 있고, 이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변화를 주도해야 생존할 수 있다.
정치권이 변화의 중심축이 되어 훗날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룬 '혁신의 선구자'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약력 △49세 △부산대학교 공학사 △부산대학교 대학원 경제학석사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경제학박사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 △한국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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