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여의나루] 복잡해지는 공급망, 새 전략 짜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0 17:12

수정 2015.12.10 17:12

[여의나루] 복잡해지는 공급망, 새 전략 짜라

우리는 현재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과거보다 공급망(Supply Chain)이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조와 통합적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지난 8월 물류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대회인 LogMS 2015가 열렸다. 거기서 공급망 관리의 거장 하우리 스탠퍼드대 교수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그는 오늘날 변화무쌍하고 복잡해진 공급사슬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트리플-A' 개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트리플-A' 개념은 기업이 격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효율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민첩성(Agility), 적응성(Adaptability), 조화성(Alignment)도 중요하다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를 통해 하우리 교수가 2004년 처음 소개했다.
먼저 민첩성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야기되는 물류 문제를 신속하게 극복하기 위한 능력을 지칭한다. 적응성은 기업이 기술을 이용, 새로운 시장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인지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조화성은 기업이 신상품 개발 과정에서 전체 공급망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관련 파트너와 이해관계자 모두의 의견이 일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새로운 트리플-A'는 기존 '트리플-A'와 같이 민첩성, 적응성, 조화성 세 가지로 구성되는 개념은 동일하나 글로벌 무역에서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다르다. 그는 새로운 정보기술과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물류분야에 접목됨으로써 IT 기반의 글로벌 무역환경(IT-GTM)이 구축돼 물류정보가 실시간 공유되면서, 거래 파트너 간 전자적 협업 및 공급망 전체의 가시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 예로 중국과 미국의 의류무역에서 IT-GTM이 구축됨으로써 과거보다 수출업자들은 약 35%, 수입업자들은 약 25% 수익이 개선되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한편, 국제학술대회와 함께 세계 최고의 슈퍼터미널로 약 1만개의 박스 화물을 동시에 처리하며 '트리플-A'의 개념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홍콩항공화물터미널(HACTL)을 견학했다. 이 터미널은 항공화물 처리의 민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IT 설비와 차세대 화물관리시스템인 코삭플러스(COSAC-Plus)를 운영하고 있었다. 항공사와 포워더, 관련 기관 등에 실시간으로 화물 출발·도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시간 단축 및 운영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요구사항도 수렴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또한 식품, 의약품과 같은 신선화물의 증가에 대응해 상시 온도 관리가 가능한 냉동·냉장시설을 확충하는 등 변화하는 물류 환경에 신속히 적응하기 위해 최신기술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공급망 내 고객들의 의견을 종합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하우리 교수가 주장하는 '새로운 트리플-A' 개념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단일 비즈니스 모델에 고착해서는 안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협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 물류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다양해지고, 생산자들은 발 빠른 대응을 위해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제 물류는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보조기능에서 그 자신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추기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의 변화는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물류서비스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 그리고 정보기술의 동거'는 시대의 흐름이며 이제는 물류 비즈니스의 필수조건이다.

김성진 전 한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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