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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경제 수출 활로, 제약산업에 물어봐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0 17:13

수정 2015.12.10 17:13

[데스크 칼럼] 한국경제 수출 활로, 제약산업에 물어봐

연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개인은 물론이고 가계, 기업, 나라 모두가 한 해를 정리하고 또 새해맞이를 준비한다. 올해 제약업계와 의료계, 더 나아가 한국 경제에서 가장 핫한 이슈를 꼽는다면 '잭팟'으로 대변되는 신약과 신약기술 수출이 아닐까 싶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월 당뇨신약기술 하나로 무려 5조원에 달하는 수출 잭팟을 터트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것도 개발이 완료돼 곧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개발 중인 신약기술이기에 의미를 더한다. 이 회사는 불과 3개월 만에 신약과 신약기술 수출만으로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실패와 좌절을 무릅쓰고 매출액의 20%를 쏟아부으며 도박에 가까운 '베팅' 끝에 일군 '임성기(한미약품 회장) 성공신화'는 수출과 내수 동반부진이라는 덫에 걸린 한국 경제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더 나아가 수출 답답증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한국 경제가 가야 할 새로운 방향도 제시했다.

제약산업, 특히 바이오와 신약의 경제적 가치와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1920년대 개발된 항생제는 천연두와 홍역 등 수천 가지의 감염증을 다스려 2억명의 생명을 구하며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명연장과 수술대체 효과 등에 따른 직간접 경제효과도 엄청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기준 9938억달러(10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산업(약 600조원)이나 정보기술(IT)·반도체 산업(약 400조원)을 합친 규모다. 제대로 만든 신약 하나가 창출하는 수익은 자동차 300만대를 수출하는 효과에 버금간다. 동시에 신약은 수술 등에 따른 진료 및 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 환자의 치료비부담 경감은 곧바로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낮추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빠른 고령화와 함께 제약산업의 고도성장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제약시장이 연 4~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18년 세계 의약품시장 규모는 최대 1조3100억달러로 지금보다 3200억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제약, 특히 신약의 몸값은 더욱 커진다. 세계 각국이 제약산업과 신약기술 개발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관련산업 육성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으로 전 세계적인 미래 먹거리 성장동력임이 분명하다. 대다수 제약기업은 일찌감치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매출액의 10∼20%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을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제약기업 혼자의 힘만으로는 세계적인 경쟁을 뚫고 신약강국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이 해당 기업만이 아닌 제약산업 및 관련산업,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혁신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때 제약강국에 올라설 수 있다.

제약기업들이 맘놓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이것은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도록 정부 차원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제약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포퓰리즘적 가격 규제 등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마침 크라우드펀딩법이 제정됐다.
신약개발 활성화 방안으로 크라우드펀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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