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美 금리인상과 어둠 속 한국경제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3 17:04

수정 2015.12.13 17:05

[데스크 칼럼] 美 금리인상과 어둠 속 한국경제

오는 17일 새벽은 여느 겨울보다 어둠이 짙을 것 같다.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몸이 움츠러들 가능성도 높다. 경제전문가 열에 아홉 이상이 "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미국의 금리정책이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4시 발표된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2006년 이후 10여년 만이다. 연준은 최고 연 5.25%에 달했던 금리를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자 제로금리 수준(0~0.25%)으로 낮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예측가능한 연준의 금리정책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저변에는 한겨울의 냉기가 흐른다.
예고된 수순이고 미리 대비를 하고 있지만 미 금리인상의 파괴력은 새벽의 짙은 어둠처럼 돌발상황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다 자본 유출입 문턱이 낮은 소규모 개방경제체제인 한국엔 파괴력이 더 강할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등 통화금융·외환정책 최고당국자들이 외국인 채권투자 세율 인하 등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가동 등 대비책을 밝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목되는 부분은 외국인들의 움직임이다. 미 금리인상은 미국 달러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미 경제 회복속도가 다른 경제권 대비 빨라 현재도 달러는 강세지만 달러값은 더 뛸 수 있다.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투자한 외국투자자본의 유출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대변하는 지표도 있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 10일 기준 49.85%까지 떨어졌다. 1년8개월 만에 50%가 붕괴된 것이다. 외국자본 유출은 환율상승을 불러오고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면 한은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경기회복세가 확연치 않은 상황에서의 금리인상은 회복의 온기를 싸늘하게 식힐 수 있다. 대외균형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한국 경제는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 카드를 선택해야 한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17일의 결정이 아니다. 미 연준의 내년, 내후년 행보다.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그동안의 대비를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니다. 연준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실행하는가 하는 부분이 최대 관건이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재임 시절 "통화정책 변경은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한번 방향을 튼 통화정책은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 미 연준은 금리를 네번 정도 올려 내년 말 기준금리가 1%를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매번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리지는 않는다는 예상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원들의 성향으로 봤을 때 시장 예상치를 벗어난 금리상승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FOMC 위원들은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매파적' 성향의 위원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온 정책당국은 미 금리인상으로부터 한국 경제를 지켜낼 방안을 꿰고 있다. 외국자본 이탈 최소화, 기업구조조정, 가계부채 축소, 통화스와프 확대, 수출 다변화 등이다.
다만 정답은 알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게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총선,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예정된 상황에서 '표를 갉아먹는' 부실·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을 선제적으로 밀어붙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7일 새벽의 어둠이 더욱 짙을 것 같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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