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건설업계, 中·日이 부러운 이유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7 17:10

수정 2015.12.17 17:10

[데스크 칼럼] 건설업계, 中·日이 부러운 이유

#1. 지난 13일 인도 뭄바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에서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505㎞ 구간에 일본 신칸센을 도입하는 계약을 했다. 일본은 이날 147억달러(17조원)에 달하는 신칸센 수출길을 연 데 이어 앞으로 5년간 민간 원자력시설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도 체결해 일본 원자로 수출길까지 활짝 열었다.

#2. 지난 10월 중국철도총공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반둥을 잇는 고속철도 공사를 따냈다. 총공사비 56억달러(6조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고속철도 후발국인 중국이 고속철기술 선진국인 일본을 제치고 따낸 수주여서 중국으로서는 더 의미가 컸다. 인도네시아에서 앞으로 나올 공사까지 선점한 것은 물론 신도시 조성에도 잠정 합의했다.

원자력발전소, 고속철도, 신도시 조성사업 등은 해외건설시장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대표적 상품이다.
일본은 선진기술력과 뛰어난 금융조달을 강점으로, 중국은 특유의 가격경쟁력에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이 시장을 휘젓고 있다.

고속철도 시장을 살펴보자. 한·중·일 3국 중 가장 후발주자인 중국의 질주는 참으로 거침없다. 일본의 텃밭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고속철도 시장을 선점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일본이 온갖 정성을 쏟았던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 간 고속철도사업도 가져갔다. 고속철사업을 이제 막 궤도에 올린 중국이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는 것은 기술력이 수년 새 일취월장한 데다 중국 정부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폭적 지원외교를 펼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입찰건이 발생하면 당 간부들이 전세기를 타고 총출동, 발주국에 다방면으로 지원외교를 펼치면서 결국엔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뛰어난 기술력과 앞선 금융경쟁력이 강점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아베 총리의 외교력까지 더해지면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도에 수출계약을 체결한 고속철도사업은 물론이고 원전사업에서도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 10월 우리나라가 그토록 공들이던 터키 스노프 원전사업을 일본이 가져간 게 대표적인 사례다. 총 사업비가 200억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는 그해 6월 터키와 정부 간 협력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일본이 뒤늦게 수주 경쟁에 뛰어들어 우리나라를 제치고 계약에 성공했다. 참여업체가 현지에 원전을 건설하고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판매해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식인 이 사업은 일본의 경우 초저금리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여 전기 판매요금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정책금융 조달능력이나 금리 등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몇 달 전에도 요르단 원전사업에서 똑같은 실패를 맛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참여업체가 자금을 조달해 공사한 후 자금을 회수하는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금융경쟁력이 수주를 결정짓는 프로젝트가 거의 대부분인데 우리나라는 금융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부럽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달 10일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건설.플랜트 사업의 수익성 평가를 전담할 사업평가팀을 신설해 수주사업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즉 돈이 되지 않는 수주에는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제 더 이상 해외수주를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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