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오락가락 '집단대출 규제'

정부가 지난 16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이뤄지는 중도금 집단대출의 보증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택공급과잉과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아파트 중도금 대출까지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불과 이틀전인 14일 가계 부채대책을 내놓을 땐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집단대출 규제를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딱 이틀 만에 정책을 뒤집은 정부의 행보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 9월 기준 은행권 집단대출은 104조6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383조3000억원)의 2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도금 대출은 41조6000억원. 중도금 대출은 올해 들어서만 무려 9조1000억원이 늘어났다. 주택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금껏 집단대출은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지목받아 왔다. 개인의 상환능력과 관계없이 대출이 이뤄지고 있어 2~3년 후 개인대출로 바뀌었을 때 집값 변동 등에 따라 부실 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서 집단대출은 예외로 뒀다.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책에 힘입어 올해 부동산 시장은 2006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렸다. 주택매매거래량은 매달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고 신규 아파트는 청약하는 족족 팔려나갔다.

그러나 한두달새 시장의 온기는 사라져가고 있다. 이달 주택사업환경지수는 2년 1개월만에 기준치 아래로 떨어졌다. 주택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주택산업연구원은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체감이 커지면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주택공급과잉 논란, 주택담보대출 규제 시행 등 국내외 위험요인이 주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집단대출까지 옥죄느냐 아니냐에 있는 게 아니다. 겨우 회복세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의 불씨를 꺼뜨리는 건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 주택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1년 만에 정반대로 뒤집혔다.
집단대출 규제도 여전히 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심리다. 어렵게 살려낸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일관된 정책기조가 절실하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