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美 금리인상과 中 경기침체

지난 1년여간 끌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침내 이뤄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연준이 9년6개월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7년간의 '제로(0)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는데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폭등이나 폭락 없이 대체로 안정을 유지한 가운데 미국과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오히려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데다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금리인상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관건은 추가 금리인상 시기와 인상폭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 1980년 이후 7번째, 1990년 이후 4번째로 1980년 이후 그 기간은 짧게는 9개월, 길게는 24개월, 평균 14개월 동안 진행됐고 평균 인상폭은 2.81%포인트였다. 문제는 연준이 금리를 단기간에 빠르게 올렸을 때 신흥국들의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1994년 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1년 만에 6차례에 걸쳐 금리를 3.00%에서 6.00%로 2배로 올리자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이탈로 1994년 멕시코의 '데킬라 위기'를 시작으로 1995년 아르헨티나로 위기가 번졌다. 1997년에는 한국을 비롯해 태국,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과 브라질, 러시아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오랜 저금리 시기를 마감하고 이번과 같이 금리를 올린 것은 1994년과 2004년이다.

1999년 6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11개월간 금리가 4.75%에서 6.50%까지 상승한 이후 4년 만인 2004년 금리인상이 재개됐다. 2004년 6월~2006년 6월 2년간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금리가 1.00%에서 5.25%까지 상승하면서 신흥국의 경착륙 우려에 주가가 폭락했으나 연준이 이번과 같이 여러 차례 점진적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 전과 달리 중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꺼지면서 올해 성장목표인 7%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에는 25년 만에 연간 성장률이 6%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6.9%로 전망한 데 이어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6.8%로 예상했다. 인민은행은 내년에 부동산 경기회복, 거시정책 및 구조조정, 대외수요의 완만한 개선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하면서도 과잉설비, 기업이윤 악화, 부실대출 확대 등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내년 성장률을 6.6~6.8%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내년에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등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이 같은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자본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세를 막기 위해 지난달 외환보유액 872억달러, 외국환평형기금 3158억위안을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 사이에선 미국의 금리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기침체와 미국의 금리인상 중 어느 것이 세계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냐 판단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내년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중국은 내년 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연말 가장 큰 경제이벤트인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연준의 금리 결정이 이뤄진 바로 다음 날인 18일 시작했다. 중국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맞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