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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경제 어려운데.. 느긋한 국회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8 17:10

수정 2015.12.18 17:10

[여의도에서] 경제 어려운데.. 느긋한 국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이미 수없이 '예고편'을 날린 탓에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대내외 충격파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시장은 스스로 자정 능력까지 갖추며 안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전개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저금리 구조도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미 신흥국들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각자 경제 펀더멘털(주요 거시경제지표)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의 대내외적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유가 하락, 국내 수출 전선에 이상징후가 발견되고, 우리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도 예전보다 못하다. 정부는 당장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경제 영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유독 느긋한(?) 곳이 있다. 바로 국회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연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경제활성화법안을 포함한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 고유권한인 긴급 재정명령권 발동을 요구한다. 정 의장은 '친정'인 여당으로부터 해임건의안 압박까지 받고 있다. 야권은 연쇄 탈당과 분당 위기를 맞으며 '자중지란'을 겪으면서 원내 협상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러는 통에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기업활력제고법, 이른바 원샷법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동반한 서비스발전기본법, 노동시장 선진화를 명분으로한 노동개혁 5대법안은 그대로 묶여있다.

심지어 노동계의 투쟁과 맞물린 노동개혁 법안은 상임위 논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당리당략 싸움에 경제활성화법안이 '정치적 볼모'로 잡혀있는 꼴이다. 대한민국의 경제 시계를 한참이나 거꾸로 돌려놓은 1998년 외환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콧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대기업의 과잉 투자를 적기에 해소하지 못하고 한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의 타이밍을 놓친 결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해 국민 경제가 절단난 것이 바로 외환위기다.

기업의 잠재적인 부실이 예상되는 분야와 한계기업 등에 대한 선제적 사업구조 재편이 핵심인 원샷법은 재벌특혜법이라는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처리가 요원하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연결고리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대기업만 떼고 사업구조를 재편하자는 야당의 논리는 마치 '뇌수술이 급한데 무좀치료만 하자'는 식이다. 청년고용 절벽이 목전에 펼쳐졌지만 노·사·정 모두 사안별로 양보와 타협, 설득의 묘미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대결모드에만 함몰돼 있을 뿐이다.
이를 중재해 우리 경제의 곪은 고름을 미리 빼내고, 건강한 체질로 바꾸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온데간데없고 방관자만 있을 뿐이다. 여야 모두 '경직된' 당리당략에만 치중할 뿐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유도할 선제적 조치를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의 한 경제통 인사는 "귀족노조의 투쟁은 건강한 외자유치와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막고, 핵심 경제관련법안을 처리해야 할 정치권의 직무유기는 기업의 체질개선을 막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발 성장 둔화 등에 대비해야 할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일갈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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