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청년세대와 노동개혁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4 17:26

수정 2015.12.25 19:44

[데스크 칼럼] 청년세대와 노동개혁
청년들이 아프다. 온갖 스펙을 쌓고 자기계발을 한다. 긍정의 힘으로 무장하고, 실패하면 재도전을 위한 힐링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를 '88만원 세대' '3포 세대' '5포 세대' 'n포세대' '잉여세대'라고 자조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었지만 이들이 부닥치는 현실은 암담하다.


청년세대의 꿈은 직업을 갖는 일이다. 그것도 정규직 일자리 말이다.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없고, 결혼과 자기 집 마련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취업시장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올 6월 정부가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10.1%다. 그러나 취업이 안 돼서 아예 구직을 단념한 사람을 포함한 청년실업률은 22.4%다. 청년 100명 중 22명이 실업자라는 얘기다. 취업했다고 해서 사정이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78명 중 40명만 정규직이고, 38명은 비정규직이다. 실업자를 제외하고 졸업 후 첫 일자리를 대기업 정규직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100명 중 고작 15명이고 중소기업 정규직은 51명, 나머지 34명은 비정규직이다. 이러니 행복할 리가 없다.

올 한 해 한국 사회 화두 중 하나가 노동개혁이었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질서의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노동개혁의 화두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노동개혁을 청년일자리와 연계하는 프레임을 짜기 시작하면서 노동개혁의 문제가 청년고용의 문제로 '정치화'되기 시작했다. 노동개혁이 세대갈등, 즉 청년문제가 된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노동개혁의 청년고용 프레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열린 '2015 핵심개혁과제 성과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노동개혁은 청년들의 생존이 달려 있는 일"이라며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기업들의 채용능력은 그대로인데 정년이 늘어나면 당연히 젊은 세대를 위한 신규채용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청년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현안이라 할지라도 이를 기성세대의 문제로 연결하는 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약화되고 투자가 줄어들면서 고용여력이 적어진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 청년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다. 여기에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정보화사회의 특징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해법은 사실상의 일자리 재조정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을 통해 기성세대나 대기업 노조 등 '노동 강자'들의 기득권을 줄여 청년세대의 신규채용을 늘려보자는 것이다.

청년실업과 노동개혁의 문제를 세대갈등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 당장 정책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저성장과 불평등 구조의 고착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불평등 현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그 중심에 고용구조와 분배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널리 퍼져있는 불평등의 원인을 제거하고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 정치권과 경제주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것이 청년일자리 문제의 진정한 해법이 아닐까.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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