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안전문제, 소비자 선택과 시장을 활용하라

소비자의 권리 가운데 하나로,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고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해지는 것이 안전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시장은 때때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안전한 상품을 공급하는 데 실패하기도 한다. 안전 문제는 상품을 팔고 한참 지난 뒤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상품을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거나 정작 책임을 지는 사람과 다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안전의 품질은 겉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속기 쉽고, 또 안전한 상품을 만들더라도 제값 받기가 어려워 시장이 실패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부, 공공기관이 안전을 책임진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기본적으로 책임에 익숙한 기관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정부나 공공기관은 좀 심하게 말한다면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 생명을 앗아간 원흉으로 비난받다 사망한 채 발견된 유병언만큼도 책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체된다는 해경은 국민안전처로 자리를 바꿨을 뿐이고 대통령실도 관피아를 문제 삼아 직접 챙기는 인사권을 강화했으니 책임지기보다 책임을 구실로 권한을 확대했다고도 볼 수 있다.

수시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나아가 최근 이슬람국가(IS) 테러 등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음에도 '안전' 하면 시장에 맡길 수 없고 규제 강화를 원하는 다수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정부는 책임지더라도 결국 세금으로 책임질 뿐이며 오히려 안전을 구실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일쑤고, 시장에서 사고팔 수 없다는 이유로 권력에 기대어 안전을 독점하는 장사꾼들까지 만들어낸다. 국회의원들도 안전이라는 말 한마디에 꼼짝 못하고 규제개혁도 뒷걸음질이니 공공기관들이 안전을 방패 삼아 편하게 장사한다. 생활과 밀접한 전기나 승강기 같은 것들도 독점적으로 안전점검을 하는 기관들이 있지만 얼마나 안전에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안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선택권도 없이 정부가 정한 기준을 따르다 보니 자칫 소비자들을 위한 안전이라기보다 담당기관을 위한 안전이 되고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다. 안전이 절대적인 가치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옳은 말이지만 안전을 위해 탱크를 타고 다니거나 지하 벙커에 살 수는 없는 일이니 안전조차도 비용과 편익의 선택 문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선택권이 존중되고 경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안전한 상품이 공급돼야 한다. 소비자가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안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자들에게 책임지게 한다면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정부에 맡기는 것보다 안전을 확보하는 더 좋은 방법이다. 예컨대 승강기나 전기 안전점검을 공공기관에서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보다 문제 발생 시 배상책임 등을 철저하게 하면(예컨대 보험에 가입하고 작은 문제도 손해배상하도록 하면) 사업자들 스스로 안전을 챙길 것이고, 정부가 일정 규격으로 안전을 강제할 때보다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관련 시장과 산업의 성장, 발전에도 기회가 될 것이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 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