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도약의 한해를 기대하며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3 18:07

수정 2016.01.04 03:20

[차장칼럼] 도약의 한해를 기대하며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는 역법의 육십간지를 활용해 해를 구분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지를 순서대로 짝을 맞춰 조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시작은 '갑자년'이다.

12지가 두 개(술·해) 더 많아 열 번째 계유년이 끝나면 10간의 처음인 '갑'과 12지의 '술'을 붙여 갑술년이 되고, 을해년, 병자년 등으로 이어져 총 60개의 간지(干支)가 된다. 이 때문에 61세 생일을 60간지가 한 바퀴 돌았다고 해서 회갑이라고 한다. 올해는 60간지의 33번째가 되는 '병신년(丙申年)'이다.
'병'은 붉은 색, '신'은 원숭이로 '붉은 원숭이'의 해다.

이런 원리에 따른 육십간지 표기는 중국 음양오행설과 결합해 만물의 길흉을 판단하는 데 쓰였다. 적색은 오행 중 불에 해당해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의미한다. 다양한 재주를 지닌 원숭이는 예로부터 지혜와 사교성의 상징이다. 적색과 원숭이가 조화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일어나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가 뻗어나간다'는 의미로 '도약의 한 해'를 말한다.

실제 과거 병신년에는 역사에 남은 기념비적인 일들이 더 많았다. 936년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했고, 1236년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536년에는 이기론의 대표주자 율곡 이이가 태어났다. 1596년 동의보감 편찬사업이 시작됐고, 1776년에는 조선 정조가 왕위에 올라 왕실도서관이자 학술과 정책을 연구하는 규장각이 설치됐다. 세계사로 보면 776년 미국이 독립했다. 국내 재계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56년에 제일모직이 모직제품 생산에 성공했고, 같은 해 대상그룹의 모태인 미원제조업체 동아화성공업이 첫발을 내딛는 등 한국 경제가 태동하던 시기다.

하지만, 병신년 한글 표기는 사나운 어감 때문에 각종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기업들이 새해 마케팅에서도 언급을 꺼리는 등 기피 대상이다. 육십간지와 음양오행설로 내다본 한 해의 길흉화복은 엄연히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유산이다. 단지 발음 때문에 우리 문화유산을 평가절하하면서 남들은 좋게 평가해주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하루가 더 긴 366일인 것도 특징이다. 원숭이, 쥐, 용띠 해에는 2월이 29일까지 있어 4년에 한 번꼴로 찾아온다. 산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하루가 더 많으니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겠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론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무역 1조달러 시대가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여기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파장, 중국 경기둔화, 엔저 대비 원화강세 등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신흥국 침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추정치가 2.2~3.2%로 폭이 커진 것도 그만큼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것을 대변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정부는 혁신의 고삐를 조이고, 기업은 선택과 집중 투자로 재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대립과 투쟁의 관점보다는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전체를 바라보는 대승적 마인드로 노사 상생문화도 구축돼야 한다.
2016년 한국 경제가 대도약의 한 해로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길 기대해본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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