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모노 입고 근대문화 체험? 포항 구룡포 거리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4 17:41

수정 2016.01.04 18:06

기모노 입고 근대문화 체험? 포항 구룡포 거리 논란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 역사거리에서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고 일제강점기 당시 문화를 체험하는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근황” 등의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이미지에는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일본 전통복인 기모노나 유카타를 1시간 동안 7000원~1만원에 대여를 해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모노, 유카라를 입고 근대문화가 느껴지는 거리를 거닐자’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확인 결과 일부 카페에서 이 같은 영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페에서는 기모노나 유카타 뿐만 아니라 한복을 1시간 동안 입을 수 있는 체험 행사를 벌였다.
이와 함께 일본, 한국 전통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문제는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가 포항시가 일제식민치하의 아픔을 되새기기 위한 역사현장교육을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포항시는 지난 2010년 86억여원을 투입해 일제강점기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였던 구룡포항 일대 일본인 집단가옥들을 재현했다.

하지만 근대문화역사거리라는 명칭이 당초 목적과 연결짓기 쉽지 않은 데다 이 곳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집단거주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본강점기를 생각하며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고 다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포항시 홈페이지 내 관광안내에서는 구룡포 역사문화거리가 '체험마을'이 아닌 '문화·전통' 코너에 자리잡고 있으며, 내용 소개에서는 아예 식민치하 아픔의 현장이라는 설명조차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전우용 역사학자는 “포항 시민들만 이런 걸 두고 보는 걸까? 외부 관광객들도 좋아하나 보다”며 “지금 추세로 몇 년만 더 지나면 ‘만주군 장교복 대여업’도 성행할지 모른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일본식 건물이 즐비한 곳에서 한국인이 '근대 문화 체험'을 하는 상식적 방법은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는 게 아니라 인력거꾼 옷이나 지게꾼 옷을 입어 보는 것”이라며 “유대인에게 나치 독일군복을 입히는 '근대문화체험' 공간이 있다면 어떤 꼴을 당할까?”라고 되물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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