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차장칼럼] 대검 중수부 '복원'보단 '반성'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4 17:55

수정 2016.01.04 17:55

[차장칼럼] 대검 중수부 '복원'보단 '반성'을

2013년 4월 23일 오후 3시.

"드높은 자부심의 반대편에서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음을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그 불신을 넘지 못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오늘 모든 영광을 뒤로하고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리며 산천초목까지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공식 폐지를 고하던 이동렬 검사(당시 특수수사체계 개편 태스크포스 팀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국민의 칼이 되었어야 할 중앙수사부가 국민의 불신을 받아 더 이상 막중한 사정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이 자리에 선 우리를 더없이 아프게 합니다. 이제 저희는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저희 스스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현판을 내립니다."

뒤이어 이 검사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자의적인 수사활동을 엄격히 통제, 국민의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별수사체제를 새로 건설하겠다'고 다짐했고 말이 끝나자 대검 중수부 현판은 박유수 대검찰청 관리과장의 손에 철거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라는 이름이 생긴 지 32년 만의 일이고 그 이전의 '대검 중앙수사국'이나 '특별수사부'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것까지 합하면 74년 만의 일이었다.

이날 현판 철거식에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과 길태기 대검차장 등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과 '마지막 중수부장'인 김경수 검사장이 참석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박영수 변호사는 이날 마이크를 잡고 "중수부가 아니었다면 난관(외풍)을 돌파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훌륭한 시스템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폐지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당시 대검 중수부 폐지는 국민적 요구였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였다. 2012년 대선에 나섰던 유력후보들은 하나같이 '대검 중수부 폐지, 상설 특별검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불거진 '정치보복성 수사' 시비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수사를 거치며 재차 불거진 편파성 시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도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채 3년이 지나지 않았다.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 '대검 중수부'가 조만간 다시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이름이나 조직 구성은 당시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검찰총장 직속 상설 수사팀'이 부활하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약화된 특별수사체계를 강화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변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전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나 '망신주기식 수사방식' 등 검찰 스스로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정말 단절했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간 검찰의 행보를 보면 반성보다는 복원에 더 골몰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를 잊으면 과거가 되풀이된다.
되풀이될 과거는 간판이 내려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사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