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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칼국수집과 경제활성화법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7 17:09

수정 2016.01.07 17:09

[차장칼럼] 칼국수집과 경제활성화법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인 서울 대치동에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상징이자 4424가구 규모의 위용을 자랑하는 은마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에는 대단지 아파트에 걸맞은 초대형상가가 있다. 은마종합상가다.

은마종합상가 지하 1층에는 오밀조밀 밀집한 상점 450여곳이 30년 넘게 성업 중이다. 웬만한 전통시장 규모다. 까다로운 강남 부자들의 입맛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오랜 전통까지 더해지면서 이곳에는 맛집들이 꽤 많다.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께서 아직도 손수 고기와 반죽을 치대는 돈가스 가게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단골이 넘쳐난다. 허름하지만 맛은 일품으로 소문난(게다가 가격도 착하다) 중국집도 있다. 옛날 밀가루떡볶이 맛을 그대로 재현해 연예인들도 많이 찾는 떡볶이집도 있다. 한번쯤은 TV에 소개된 가게들이다.

특히 상가 중심부에 자리한 S칼국수집은 은마종합상가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30년 이상 영업 중인 이 칼국수집은 16.5㎡(5평)도 안되는 작은 가게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점심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데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어떤 때는 대기줄이 20~30m까지 늘어진다. 아주머니 4명이 그야말로 손님과의 전쟁을 치른다. 그런데 S칼국수집 옆에는 여주인 혼자 운영하는 A칼국수집이 있다. 이 집은 S칼국집수집과 달리 항상 썰렁하다. 늘 손님 2~3명 정도가 전부다. 옆집과 너무 대조돼 매번 안쓰러웠다. 하지만 '기우'였다. A칼국수집 여주인은 "옆집이 워낙 유명해 찾아온 손님들 일부는 자리가 없어 우리 가게로 오게 되더라. 혼자 장사하면서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맛집이 옆에 있는 건 어찌 보면 나한테 행운"이라고 말했다.

칼국수집의 상생 모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금 경제계는 국회에서 꽁꽁 묶인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다.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야당의 반대로 작년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8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백지화 위기를 맞는다. 야당은 경제활성화법들이 대기업 특혜법이라고 제동을 걸고 있다. 원샷법은 석유화학, 조선·철강 등 공급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자발적 사업재편을 돕기 위한 법이다. 야당은 대기업이 이 법을 무리한 구조조정에 악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 경제의 파수꾼인 대기업들의 부실이 곪아 터지면 그 여진은 협력사들인 중견·중소기업의 줄도산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기업이 기업 인수합병(M&A) 등 원활한 사업구조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면 수많은 협력사들도 '낙수효과'를 얻게 된다. 이것은 선순환이다. 24개 중소기업단체도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지금은 대기업을 살려야 할 때다. 우리의 텃밭이던 중국은 이제 우리 대기업들의 목을 조여오는 '저승사자'로 돌변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화학 등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주력산업 중 중국 리스크에서 예외인 곳은 없다. 중국과 한판승부를 벌이기 위해서라도 경제활성화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시간은 단 하루 남았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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