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누리과정 새누리당이 책임지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1 17:11

수정 2016.01.11 17:11

티격태격에 학부모들 울화통
'국민짜증 1호' 매듭 풀면 4월 총선서 박수받을 것
[곽인찬 칼럼] 누리과정 새누리당이 책임지라

5년 전, 꼭 집어 말하면 2011년 5월 2일이니까 이명박정부 때 얘기다. 김황식 총리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만 5세 공통과정 도입계획을 발표했다. '공통'이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똑같이 적용한단 뜻이다. 이듬해 3월 누리과정이 첫발을 뗐다. '누리'란 이름은 공모로 뽑았다. 순우리말로, 세상이란 뜻이다.
복지부는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교육을 통해 만 5세 어린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꿈과 희망을 맘껏 누리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당시 김 총리의 발표문에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공통과정에 소요되는 모든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대목이다. 그때 유치원은 교육재정(교육청)으로, 어린이집은 국고(복지부)로 지원했다. 당연히 정부가 예산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배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경제가 좋아져 내년(2012년)부터 교육재정 교부금이 3조원씩 증가한다"며 "교육청은 추가 부담 없이도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때부터 누리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경제가 좋아지기는커녕 되레 나빠졌다. 2012~2014년 3년 내리 세수가 펑크났다. 교육재정 교부금은 내국세에서 20.27%를 떼어 간다. 세금이 덜 걷히면 교부금이 빡빡해진다. 이 판국에 이명박정부는 만 3~4세까지 누리과정을 넓히기로 했다. 그러자 진보 교육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상곤(경기)을 비롯한 5개 시.도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국가에서 책임지라'라는 공동성명을 냈다(2012년 11월).

박근혜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만 3~5세 누리과정은 새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시행됐다. 전면 무상보육에 들뜬 나머지 앞뒤 잴 여유가 없었다. 2014년 6.4 지방선거는 누리과정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진보 교육감들은 서울.경기를 비롯한 13개 시.도 교육청을 장악했다. 예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똘똘 뭉쳐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그 전에 5명이 목소리를 내던 것과는 울림이 다르다.

중앙정부와 교육청 간 싸움에 녹아나는 것은 학부모들이다. 연례행사가 된 네 탓 공방에 울화통이 터진다.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내국세가 잘 걷히면 덩달아 교육청 곳간도 넉넉해진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제로다. 올해 성장률은 2%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중장기 잠재성장률은 더 낮다.

진보 교육감들을 낙선시키는 건 어떨까. 정권과 코드가 맞는 보수 교육감들은 아무 말썽이 없으니 말이다. 아뿔싸, 다음 교육감 선거는 2018년 여름이다. 박근혜정부 임기는 그 전에 끝난다. 현 정부는 임기 내내 까칠한 진보 교육감 13명을 상대해야 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주 담화문에서 말 안 듣는 교육감들을 질타했다. 유아교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을 들어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을 직무유기로 몰아붙였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고발 카드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건 해법이 아니다. 오히려 일을 더 꼬이게 만든다. 올해 교육재정이 작년보다 좋다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국세에 연동된 누리과정 예산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보육 예산은 따로 떼어놓을 필요가 있다.

만 3~5세 누리과정은 출산율을 높일 최소한의 조치다. 흙수저든 금수저든 같은 출발선에 선다는 점에서 양극화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교육감들하고 아옹다옹 다툴 일이 아니란 얘기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통 큰 접근을 주문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배배 꼬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마침 4.13 총선도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누리과정은 국민 짜증 1호다.
집권당이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공약집에 '누리과정은 새누리당이 책임진다'라는 내용을 넣을 순 없을까. 당명부터 새누리당은 누리과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 않은가.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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