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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50년 역사 CES의 저력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2 17:04

수정 2016.01.12 17:04

[차장칼럼] 50년 역사 CES의 저력

정말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이 많은 사람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국적도 다양했다. 백인, 흑인, 동양인, 히스패닉 등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몰려 있는 듯했다. 사람들 물결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간 일행과 영영 이별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불과 5일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에서다.
이 호텔은 지난 6일부터 9일(현지시간)까지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6'의 전시장 중 하나로 전 세계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벤처기업들이 참가하는 샌즈 엑스포(Sands Expo)가 열렸다.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이곳에 굳이 스타트업 전시장이 들어선 것은 LVCC 전시장이 모자라서다. CES에 몰려드는 기업과 사람들로 LVCC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처럼 인근 호텔로 전시관을 하나둘 이전했다고 한다.

넘쳐나는 사람들로 덩달아 환한 웃음을 짓는 사람은 호텔 직원들이었다. 전시장 입구 한편에 위치한 짐 보관 센터에는 호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관람객에게 받은 '두툼한 팁'을 서로 자랑했다. 호텔 내 커피숍은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줄을 섰고 곳곳에 자리 잡은 임시 푸드코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보다 더 놀란 것은 전시장 내부 분위기. 책상 두 개 놓으면 꽉 찰 정도의 작은 전시관에 기술과 제품을 설명하는 사람과 이를 듣는 사람들로 옆에 누가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때문에 곳곳에 정체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협회가 주관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소위 '관제행사'에 참가기업 관계자가 방문객 보다 많은 것을 자주 본 입장에선 신천지나 다름없었다.

메인 전시장인 LVCC도 관람객들이 넘쳐나긴 마찬가지였다. LVCC 노른자인 센트럴홀 복도 양측 벽은 노트북과 샌드위치를 들고 앉은 사람들로 장관을 이뤘다. 드론이 전시돼 있는 사우스홀로 가기 위해선 관람객들과 발걸음을 맞춰야 했다. 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먼저 가거나 늦게 갈 경우 사고가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CES 2016에서 신기술보다 사람 구경을 제대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치열함, 일본 기업의 도태, 중국 기업의 위협 등도 눈으로 확인했다. 그보다는 전 세계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 CES의 저력이 너무 부러웠다. 50년 전통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지원하고 국민들이 적극 동참하면 적어도 아시아판 제2의 CES, 제3의 CES를 우리나라에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 잡은 부산국제영화제도 그 시작은 미약했다.

이런 생각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지만 정작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출입처 주요 사건은 한국노총의 대타협 파기 선언이었다.


'한국노총이 대타협 파탄 선언을 하면서 정부의 지침 철회를 조건으로 위협하는 것은 사실상 파기 선언이며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경제단체의 공동성명서를 기사로 처리하면서 CES 2016에 참가한 것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졌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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