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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수서 행복주택 짓기전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2 17:29

수정 2016.01.12 17:29

[현장클릭] 수서 행복주택 짓기전에..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수서 행복주택이 다음달 첫 삽을 뜬다.

서울시는 현재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3호선 수서역 사거리(수서동 727번지) 인근 3000㎡ 규모 부지에 대학생과 1인 가구 직장인을 위한 원룸형 17㎡ 25가구와 신혼부부를 위한 투룸형 36㎡ 19가구 등 총 44가구의 행복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강남구는 44가구의 행복주택을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구룡마을에 지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며 계획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서동 727번지에 들어설 행복주택은 임대주택 중에서 모듈러 방식을 도입하는 첫 사례다. 모듈러 주택은 현장에서 시공하는 기존 주택과 달리 다수의 입방체로 구성된 구조체에 각종 내장재, 전기.기계설비 등을 사전에 시공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주택을 부품화할 수 있어 개보수와 증개축이 쉽고, 시공 역시 간편해 짧은 시간에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서울시는 모듈러 방식의 임대주택을 유동인구가 많은 수서역 사거리에 선보여 기존 임대주택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변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수서 임대주택에는 44가구의 입주자가 거주하지만 사실상의 '견본주택' 구실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행복주택 건설을 강행하는 서울시의 태도가 마냥 개운치는 않아 보인다. 모듈러 임대주택의 홍보효과를 염두한 계획이라면, 굳이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그 곳에 행복주택을 지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를 반대하는 강남구의 주장 역시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공공부지에 인근 상업부지 시세를 적용해 1000억원 짜리 땅에 황제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주민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공공부지에 상업적 잣대를 들이대는 강남구의 태도는 마을 주변에 임대주택 건설을 꺼리는 주민들의 '님비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수서 행복주택 공사 시작에 앞서 한번 더 주민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 주민의 반대와 갈등 속에 건설을 강행하면, 나중에 입주자들이 싸늘한 눈초리 탓에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확대에 앞서 '공존'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당의 한 정치인은 기자에게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라고 말했다.


주거복지를 확대하고, 이를 시민에게 알리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절충하는 것이 정치의 묘미이자 선출직 시장의 의무가 아닐까.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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