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와 지배구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3 17:13

수정 2016.01.13 17:13

[특별기고]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와 지배구조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논란을 계기로 지배구조란 단어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KB금융지주 사태, 현대차 본사 부지 매입사건,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등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이 한꺼번에 다 분출됐다. 아시아 11개국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개국 중 8위로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보다도 순위가 낮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수준 높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다이아몬드는 원석을 어떻게 세공하느냐에 따라 그 가격이 원석과 수배 차이가 나게 된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비유컨대 원석 세공의 책임을 지고 있는 당사자가 현재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고착시킨 대규모 기업집단의 대주주라는 점이다.
결국 대주주의 인식 전환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그 제도가 빛을 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22년 전 '신경영선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슬로건으로 삼성이 처한 위기를 헤쳐 나갔듯이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슬로건으로 '모든 것 다 놔두고 기업지배구조부터 바꿔라'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인식 전환의 기폭제 역할은 기관투자가가 해야 한다. 다행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강력한 금융개혁 의지로 지지부진했던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자본시장의 지속적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가에 경영감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한 중장기적 기업가치 증진, 주주이익을 저해하는 리스크 억제의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이미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도입이 예상되는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를 어떻게 하면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는 자율적 참여를 전제하므로 기관투자가의 참여 정도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가 제도의 조기정착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또한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 선정기준에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여부를 포함시킨다면 코드 가입 확산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제도의 틀을 만드는 정책당국과 실질적 자산운용 주체인 기관투자가 그리고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들의 인식 전환이 뒤따른다면 모범적 도입사례로 발전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제대로 운영되면 먼저 실물경제에 비해 낙후한 금융산업의 성장기반이 구축되고, 이것이 상장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여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며 다시 자본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구축될 것이다.
또한 과거의 강제력을 수반한 법령이나 강력한 드라이브정책에 따른 결과물이 아닌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실행한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혁신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최중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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