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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4 17:03

수정 2016.01.14 17:03

"연봉공개로 '소득 주도 성장' 가능"
새책 '연봉은..' 출간
사진=김범석 기자
사진=김범석 기자

저서 '88만원 세대'로 젊은이들이 겪을 고통을 예언(?)한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이번엔 '연봉'에 꽂혔다.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인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에서 우 교수는 연봉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사회의 많은 모순과 불합리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봉이 사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받는 액수에만 관심 있지, 왜 그 액수를 받는지에는 무관심하더라고요."

우 교수는 기업 연봉 결정구조를 접하고 크게 놀랐다. 보통 연봉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노조 요구(6.4%)'보다 최저임금 인상률(20.1%)이 임금협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컸던 것이다. 동종 업계 임금 수준(15.2%)과 물가상승률(10.1%)은 그다음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매년 연봉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직군이 바로 연봉을 결정하는 행정직원들이라는 겁니다.
이들에게 상품권을 주거나 접대를 한 직원들의 임금 상승률이 그다음으로 높았어요. 여기서 각종 비효율이 시작되는 거죠."

우 교수는 임금 형태가 연공서열제에서 연봉제(성과급제)로 옮겨가고 있는 요즘 특히 이런 임금 결정구조가 굉장히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짜 성과가 기준이 아니라 성과 평가 '방법'을 기준으로 월급이 책정되는 지금 구조에서는 당연히 실무자들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죠. 서로 얼마 받는지 조금만 더 알아도 연봉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를 줄일 수 있는데 지금은 입사 계약할 때 절대 연봉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잖아요. 비효율적 구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는 이 같은 '연봉 비밀주의'가 소득 주도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임금의 인상, 특히 저소득층의 임금인상을 통해 내수소비를 진작해 고용과 성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여야가 앞다퉈 주장할 만큼 유력한 성장논리다. "회사의 평균임금은 유지하면서 소득 주도 성장론을 달성하려면 신입사원 연봉은 높게 조정하고 그 대신 고위급 임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꿔야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연봉 비밀주의 타파입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청년고용 안정과 저출산 극복으로 이어졌다.
신입사원이 받는 돈이 많아져야 결혼도 하고 저출산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우 교수의 주장이다. "1990년대 이후로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은 비슷해요. 지금 저출산 문제는 청년들이 결혼 자체를 안하는 데서 나오죠. 열정페이에, 비정규직에, 청년들이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거죠."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정책연구원의 부원장도 겸하고 있는 우 교수는 그러면서 정부 청년일자리 사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부는 한 해 2조원 가까운 돈을 인턴이나 단순 교육훈련에 투입하고 있어요.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죠. 여기 쓰는 돈 일부만이라도 9급 정도의 직접고용으로 돌려 공공서비스를 확충하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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